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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가 남긴 숙제

  • 2021.06.09(수) 14:25

허가 특혜 의혹 '리아백스' 경찰 조사 진행중
식약처, 전문성‧공정성 개선 대책 마련 시급

의약품 부실 및 특혜 허가로 논란이 됐던 삼성제약의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가 국내 재허가를 추진한다. 리아백스는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바이오기업인 젬백스가 글로벌 제약기업에서 구입한 물질이다. 국내에서 진행한 임상2상 결과를 통해 지난 2014년 국산 신약 21호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이후 리아백스의 국내 제조, 공급 및 상업화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젬백스의 계열사 삼성제약이 진행해왔다. 

*조건부 허가: 임상2상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임상3상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먼저 시판 허가를 내주는 제도.

리아백스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암세포가 파괴되도록 몸의 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키는 면역항암제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허가 후 6년이 되도록 임상3상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 조건을 이행하지 못했다. 임상 조건에 맞는 환자 모집이 쉽지 않아서다. 이 탓에 결국 지난해 국내 허가가 취소됐다. 

리아백스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부실 허가심사로 도마 위에 올랐다. 리아백스는 이오탁신이라는 바이오마커의 수치 개선을 근거로 허가를 받았다. 바이오마커는 단백질이나 DNA, RNA(리보핵산),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측정‧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말한다. 

당시 국감에서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은 "이오탁신이라는 바이오마커는 공인된 검사법이 아니라 병원에서 처방할 수 없는 검사"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검사법이어서 허가는 됐지만 사실상 치료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는 식약처 허가담당자도 리아백스 관련 문제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놨다.

특히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식약처 허가심사 조정과장이 젬백스 부사장으로 취임한 지 2달 후에 리아백스의 품목허가가 이뤄졌다는 점에 의혹을 제기했다. 젬백스 부사장이 리아백스 품목허가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국감 후 식약처는 리아백스의 허가 적절성 여부에 대한 내부감사를 진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리아백스 관련 조사는 현재 식약처에서 경찰 외부조사로 전환, 진행 중이다. 

젬백스 계열사 삼성제약의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가 오는 8월 국내 재허가에 도전한다. /사진=삼성제약

삼성제약은 오는 8월 정식 품목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최근 발표한 리아백스의 국내 임상3상 결과를 기반으로 다시 허가를 받겠다는 생각이다. 리아백스는 지난 2015년부터 5년간 진행한 임상3상에서 생존 중간값(median OS)이 11.3개월이었다. 기존 췌장암 치료제인 대조군의 7.5개월에 비교하면 유의한 결과다.

또 종양진행시간(TTP)은 7.3개월로 대조군 4.5개월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다. '유의하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는 말이다. 안전성 분석에서도 대조군과 비교해 특이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삼성제약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리아백스가 이오탁신 농도가 높은 국소진행성 및 전이성 췌장암 환자 대상 치료제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임상3상의 유효성과 안전성 입증을 떠나 아직 리아백스 이전 허가 특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오탁신 검사도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에 이오탁신 검사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판단하고 허가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분명 췌장암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리아백스가 한 줄기 빛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최근 부실한 허가로 많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는 국내에서 허가받고 수년간 치료에 사용되다 뒤늦게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로 밝혀졌다. 지난달에는 한올바이오파마가 6개 의약품의 허가 및 변경허가시 제출한 안정성 시험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웅제약의 계열사 대웅바이오는 '나보타' 특혜 허가 의혹을 받았다. 나보타의 허가 전 역학조사 담당 센터장이 나보타 허가 후 대웅바이오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보은 인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식약처는 지난해부터 조건부허가 기준과 허위자료 제출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등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 강화를 통해 기업들의 자의 혹은 고의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보건당국의 전문성과 공정성 확보도 시급하다. 부실 허가, 특혜 허가를 사전에 적발하고 근절할 수 있는 전문인력 보강 및 교육, 감시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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