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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한' 치매 정복…핵심은 '조기 진단'

  • 2021.07.23(금) 13:46

치매 예방 위해선 '경도인지장애' 진단 필수
혈액 진단키트 등 치매 진단 시장 성장세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치매는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완벽한 치료제도 없다. 다만, 치매의 전 단계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중증 치매로 진행하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진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사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진단기기를 갖춘 병원도 많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많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치매 조기 진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로선 '조기 진단'이 유일한 해법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승인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애드유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의 처방지침을 한 달 만에 변경했다. FDA는 지난 7일 아두카누맙의 처방 권고 대상을 '가벼운 기억력 문제 등을 겪는 경도인지장애나 경도치매 환자'로 축소했다.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만 임상시험을 진행해 중증 환자에 대한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치매 진행을 늦추는 방법은 '조기 진단'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의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로선 치매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지 못한 데다, 치료제 개발도 난항을 겪고 있는 탓이다. ▷관련 기사: 'FDA 승인' 치매 치료제 논란…이유는 (7월 9일)

경도인지장애는 정상적인 노화 현상에 따른 인지능력 감퇴에서 치매로 넘어가기 전의 중간 단계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정상 노인과 비교해 치매로 이어질 위험이 5~25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연구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15%가 매년 치매로 진행됐다. 이를 방치했을 경우 향후 6년 동안 80% 환자가 치매 환자가 됐다.

/자료=언스플래쉬

다만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하면 치매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 질환의 원인인 혈관동맥경화증 치료와 혈압 관리를 통해 치매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이미 신경 세포가 손상되면 치료할 수 없는 치매와 달리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는 정상으로 회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치매로 진행하기 전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한 셈이다.

문제는 국내 의료 시스템상 경도인지장애를 진단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치매 진단은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기억과 인지기능 장애를 평가해왔다. 질병의 중증도가 의사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경도인지장애는 상대적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진 상태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해 병을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겉으로만 봤을 땐 단순한 건망증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양전자 단층촬영(PET)을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PET 방식의 치매 검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1회 검사 비용이 120만~180만원에 달한다. PET 검사가 가능한 병원도 제한적이다. 국내 일부 대형 병원만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측정할 수 있는 PET 장비를 갖추고 있다.

'치매 조기 진단 '시장 공략

이에 따라 치매 조기 진단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PET 방식과 같이 뇌 영상을 분석하는 진단기술 이외에도 뇌척수액 진단, 혈액 진단 등 다양한 방법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검사 편의성과 저렴한 가격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바이오벤처 피플바이오는 치매 진단키트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혈액검사를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파악할 수 있는 치매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검사 편의성과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검사비는 10만~15만원 정도다. 검사 정확도 역시 85% 수준으로 PET 방식의 정확도와 비슷하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치매 진단키트를 도입하는 건강검진센터와 종합병원이 많아지면 조기 검진을 신청하는 환자도 늘고 진단율 역시 높아질 수 있다. 

체외 진단키트 개발 전문 기업 레피겐엠디도 소량의 혈액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혈중 자가항체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체외 진단키트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건강기능식품 전문 기업 라윤바이오헬스로부터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급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피플바이오 진단키트 / 사진제공=피플바이오

인공지능(AI) 기반 치매 조기 진단기술도 있다. 의료용 AI 솔루션 개발 기업인 뉴로핏은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AI로 분석해 치매 진단의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MRI가 촬영한 영상을 AI가 분석한다. 뇌의 영역별 부피와 두께는 1㎜ 단위로 측정한다. 경미한 수준의 뇌질환도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영상분석장치소프트웨어 2등급을 허가받았다.

업계에서는 치매 조기 진단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있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치매 인구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아직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는 만큼 진단과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게 최선이라는 분석이다. 마켓 리서치 퓨처 보고서는 전 세계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진단시장 규모가 2016년 67억7000만달러(7조6700억원)에서 2022년에는 120억달러(13조6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지원도 늘고 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 추친해 개소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은 '치매 예측 및 진단기술 개발'을 주요 3개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 환자가 늘고 있어서 치매 진단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령대별로 건강검진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치매 진단 관련 빅테이터도 쌓이고 진단의 정확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 등을 시행하면서 지원을 늘리고 있어 치매 진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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