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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거대 시장' 중국 진출 고민하는 까닭

  • 2021.07.26(월) 07:00

중국 의약품 시장 163조원 '세계 2위'
성과 큰 만큼 기술 유출 등 위험부담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중국 의약품 시장은 세계 2위 규모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의약품 시장 규모는 미국이 5103억달러(한화 587조원)로 1위, 중국이 1416억달러(163조원)로 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61억달러(19조원)로 12위다. 중국은 우리의 9배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중국 진출에 성공하면 국내 매출을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기술만 유출되고 계약조건 불이행 등이 빈번히 일어나는 곳이다. 기회가 많은 만큼 위험부담도 커 중국 시장 진출 여부를 두고 업계의 고민이 깊다. 

셀트리온‧대웅제약 등 중국 시장 노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셀트리온은 후베이성과 우한시 지원을 받아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당초 지난해 우한시에 중국 내 최대 규모인 12만 리터급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했으나 코로나 확산으로 일시 중단됐다. 그러다 최근 중국 법인에 윤정원 사장과 오명근 사장을 대표이사로 파견했다. 중국 시장에 바이오시밀러 진출을 준비 중이다.

대웅제약도 지난 3월 중국 양쯔강의약그룹 자회사인 상하이하이니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68억원, 임상 단계별로 받는 마일스톤 등을 합치면 계약 규모는 최대 3800억원에 달한다.

GC녹십자는 지난해 중국에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허가를 획득했다. 휴젤도 지난해 10월 보툴리눔톡신 '레티보' 허가 승인을 받았다. 이밖에 LG화학, 삼성바이오에피스, JW중외제약, 제넥신, 휴온스, 한올바이오파마 등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중국 파트너사, 임상 지연 등 계약 미이행

숱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좌절된 경우도 있다. 메디포스트는 지난 19일 중국 현지 파트너사의 계약조항 불이행으로 중국합작법인 산동원생제약유한공사 설립 계약을 해지했다. 메디포스트는 무릎 골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2014년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중국 파트너사는 오랜 기간 동안 계약서에 합의한 기한 내 중국 인허가 취득 등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유한양행은 2016년 중국 제약사 뤄신에 기술이전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YH25448'에 대한 권리를 회수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08년 중국 내 개발‧허가‧생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넘겼다. 하지만 뤄신은 유한양행으로부터 'YH25448'에 대한 전 임상시험 자료를 전달 받은 후 수년간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고 최종 합의를 지체하는 등 시간만 끌었다. 

과거 유나이티드제약도 중국 장시지민커신집단유한공사(JJK)의 일방적 요구로 개량 신약 '실로스탄CR정' 공급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당초 계약기간은 2013년 6월부터 2028년 6월까지였지만 2016년 10월 갑작스럽게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중국 임상을 위한 관련 자료들이 JJK에 전달된 지 수년이 지난 상태였다.

'기술 유출' 리스크 여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중국 시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국내 기업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IT나 반도체 산업과 마찬가지로 제약바이오 업종 역시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한 순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의 위탁생산(CMO) 계약도 비슷한 사례다. CMO 계약은 다양한 범위로 이뤄진다. 원액 생산에 대한 기술이전을 체결할 경우 국내 기업도 원액 생산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모더나는 코로나 백신의 기술유출을 우려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완제품 병입 단계에 한해 CMO 계약을 맺었다.

모더나는 기술유출을 우려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에서 완제품 병입 단계만 진행하기로 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기술이 유출될 경우 수년간 연구개발에 투자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코로나 진단키트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도 직접 나서 '생명공학분야 기술보호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대응 및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술 관련 자료 반출에 신중을 기하고 영업비밀 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이 기술만 빼내고 계약을 해지할 경우 대응하기가 어렵다"며 "정부 차원에서 기술보호를 위한 대응전략을 마련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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