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되면서다. 지난 3분기 판매 성적은 올들어 가장 저조한 분기 실적이었다. 최근 5년의 3분기 실적과 비교해도 가장 초라했다. 문제는 차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까지도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5년 3분기 중 최악
지난 3분기 현대차의 판매량은 89만4655대로 직전분기 대비 13.3% 감소했다. 현대차의 분기 판매 실적이 90만대 아래로 주저앉은 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타격이 가장 컸던 작년 2분기(78만6017대) 이후 5개 분기 만이다. 차 반도체 수급난이 코로나19 충격에 맞먹는 셈이다.
최근 5년간 3분기 실적과 비교해도 가장 저조했다. 2017년 3분기 107만4980대, 2018년 3분기 112만1226대, 2019년 3분기 110만3362대 등으로 100만대 이상을 유지했었다. 코로나19 영향권이었던 작년 3분기도 99만7814대를 판매하며 100만대에 근접했다.
월간 단위로 보면 지난 9월 판매가 올들어 가장 부진했다. 지난 9월 현대차의 판매실적은 28만1196대로 전년동월 대비 22.3% 감소했다. 현대차의 월별 판매량이 20만대선으로 감소한 건 작년 5월(22만6456대) 이후 17개월 만이다.
기아도 반도체 수급난을 피해가진 못했다. 지난 3분기 기아의 판매량은 68만3649대로 직전 분기대비 9.3% 감소했다. 최근 5년을 기준으로 가장 저조한 3분기 판매 실적을 기록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기아의 최근 5년간 3분기 판매는 2017년 69만3629대, 2018년 68만6971대, 2019년 69만1151대였다.
차 판매 부진은 오는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등 영업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 개선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얘기다.
NH투자증권은 현대차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을 1조9040억원으로 전망했다가 반도체 수급 문제가 계속되자 1조642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급 차질에 따른 글로벌 가동률 하락과 원자재 투입가격 상승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 중"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 예고
완성차 업계엔 반도체 수급 문제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월 차량용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로 국내 아산 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멈춰 세웠다. 기아 역시 같은 기간 미국의 조지아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애초 업계에선 올 상반기 반도체 공급난이 정점을 찍은 뒤, 하반기부터 수급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공장이 밀집한 동남아 지역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영향으로 동남아에 위치한 차량용 반도체 공장이 멈춰섰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반도체 수급 차질이 올해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유진투자증권은 글로벌컨설팅업체 오토포캐스트솔루션 자료를 근거로 차량용 반도체로 인한 연간 생산차질대수가 연간 1015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5월 전망치(366만대)보다 예상 차질규모를 177% 늘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정상화 시점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며 "그만큼 정상화가 언제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완성차 업체인 다임러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반면, 테슬라는 내년엔 공급이 원활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