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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정보 입력하니 상품권 생겼다

  • 2022.03.21(월) 07:00

KT 론칭 감염병 연구앱 '샤인' 써보니
코로나 자가진단시 포인트 지급 '쏠쏠'
빌게이츠 재단이 제안, 동남아 지원용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로 한국이 1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갱신된 것을 반복 경험하다 보니 하루 40만명 신규 확진 사실에도 무감각해져만 가는 느낌입니다.

초기 확진자들은 즉석카레, 라면 등 각종 물품과 지원금을 받았는데요. 확진자가 워낙 많다 보니 이제는 1인당 지원금도 1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걸리려면 빨리 걸렸어야지'란 우스갯소리가 회자될 정도입니다.

얼마전 양성 판정을 받은 기자는 최근 뜻밖의 보상을 받았습니다. '샤인'이란 앱(App)을 다운받아 확진 기록을 입력하니 '건강응원금'을 주더군요. 큰 보상은 아니었지만 약간의 위로가 됐습니다. 저의 확진 데이터는 의미 있는 연구에 쓰입니다.

'건강상태' 기부하면 포인트 온다

지난 15일 통신사 KT는 샤인 앱을 리뉴얼 론칭했습니다. 샤인은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보건 정보 연구' 앱인데요.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이용자들이 이 감염병과 관련된 각종 개인 데이터를 앱에 기부(입력)하면, 연구활동에 활용한단 겁니다.

회원가입 절차를 거친 뒤 기부할 수 있는 데이터는 총 4가지더군요. 현재 건강상태를 입력하는 '코로나19 셀프체크'와 '코로나 백신접종이력', '백신 접종 후 건강상태', 'PCR 검사 결과 등록' 등입니다. 셀프체크는 직업과 흡연 여부, 임신·출산 여부, 기저질환 등 꽤 다양한 정보를 요구합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죠. 각종 개인정보를 넘기면 샤인은 포인트를 줍니다. 건강 자가진단인 셀프체크는 매일 입력할 수 있는데요. 셀프체크 한 번당 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백신접종 이력은 1~3차 모두 입력시 3000포인트, 접종 후 건강상태는 1500포인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제법 쏠쏠합니다. PCR 검사 결과를 입력하면 양성이든 음성이든 4000포인트를 주는데요. 양성일 경우엔 추가로 2만포인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회복을 응원하는 차원의 건강응원금이라고 하네요. 이를 증명하기 위해선 보건소에서 받은 문자 이미지 등을 첨부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합니다. 

꼭 PCR 검사 결과가 아니어도 건강응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엔 신속항원키트 '두 줄'만으로 확진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죠. 샤인도 마찬가지로 병원이나 선별검사소에서 발급해주는 양성결과지를 업로드하면 양성 기록을 인정합니다. 키트 사진은 안 된다고 하네요.

이런저런 정보를 다 입력하다 보니 기자는 총 3만2000포인트를 받았습니다. 1만포인트를 모았을 때마다 신세계·이마트 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데요. 교환 신청 후 영업일 기준 2~3일이 지나면 상품권 바코드가 문자(MMS) 메시지로 옵니다. 사용 유효기간은 수신일로부터 약 2개월입니다.

다만 아이폰 외의 스마트폰을 쓰는 분들은 이용하기가 좀 번거롭습니다. 애플 앱스토어에선 샤인을 바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안드로이드마켓인데요. 규정 문제로 그곳엔 앱을 등록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안드로이드폰을 쓴다면 원스토어를 통해서 샤인을 다운로드 받아야 합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빌게이츠 재단이 투자한 '이 연구'

사실 샤인 앱 자체를 다운로드 해두고 오래 쓸 만큼 유용하다고 보긴 힘듭니다. 샤인을 통해 국내 코로나 환자 추이나 백신 접종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건 정부 홈페이지만 접속해도 알 수 있는 것들이니까요.

그래도 포인트를 받기 위해 입력한 데이터들은 유용한 곳에 쓰인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이 사람이 어쩌다 코로나에 걸렸는지, 어떤 증상을 겪었는지, 백신은 몇차까지 맞은 건지 등 정보를 수집해 '감염위험도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감염병 위협이 닥쳐왔을 때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를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 보급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빌게이츠 재단이 이 연구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9년 KT가 'ICT 기반 감염병 확산 방지 활동'을 국제 행사에서 발표하자 빌게이츠 재단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연구가 출발했다고 하는데요. 실제 이 연구에 투입된 금액 1000만달러(약 122억원)는 KT와 빌게이츠 재단이 함께 부담하고 있습니다. 

오미크론 폭증은 샤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됐습니다. 작년 여름만 해도 코로나 확진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리긴 좀 꺼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는데요. 이제 '코로나 안 걸린 사람은 대인관계 문제있는 사람'이란 학회 관계자 언급이 나올 정도이니, 확진 사실을 샤인에 데이터로 주기에도 거부감이 덜해졌습니다. 

그래도 개인정보를 남용하긴 찝찝한 부분이 있죠. 샤인은 접종 백신 정보와 건강상태 외에도 회원가입시 입력된 정보인 이름과 전화번호를 보유하게 되는데요. 다행히 이용자가 제공한 이런 데이터는 블록체인 기술로 안전하게 보관된다고 합니다.

샤인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한 앱입니다. 제 2의 코로나가 닥쳐온다는 건 생각만해도 소름이 돋는데요. 언젠가 또다른 종류의 감염병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 2020년, 2021년보다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많은 이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목도하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샤인 연구에 참여한 장아름 KT 디지털헬스기획TF 과장은 "빌게이츠가 2~3년 후 새로운 팬데믹이 온다고 예측하는데 샤인과 같은 ICT 기술이 다음번 호흡기 감염병이 왔을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백신 확보가 어려운 저개발 국가가 감염병에 대응하는 데 연구 결과가 쓰일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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