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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규제에 갇힌 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검사'

  • 2022.05.20(금) 07:45

'DTC 유전자 검사기관 인증제' 실효성 의문
암·일반질환 등 검사 확대 등 규제 완화 절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소비자대상 직접시행(DTC, 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기관 인증제도가 올해 초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유전자검사 관련 시장과 산업은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기존 유전자 검사기관 신고제가 인증제로 변경됐을 뿐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검사 항목은 아직 규제대상이기 때문이다. 

DTC는 소비자가 직접 유전자 검사기관을 통해 건강 관련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고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6년 6월부터 법적으로 DTC가 허용됐고 2019년에는 57개 항목을 추가하면서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 검사기관이 직접 실시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 항목을 인증 받는 'DTC 유전자 검사기관 인증제' 시범사업이 실시됐다. 테라젠바이오, 마크로젠, 디엔에이링크 등이 각각 유전자검사 항목에 대해 인증을 받았다. 이후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연구를 통해 질병 및 웰니스 등 총 70개로 DTC 유전자 검사 항목이 확대됐다.

얼핏 보면 6년 간 DTC 유전자 검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개선이 이뤄진 듯 보인다. 그러나 국내 DTC 유전자 검사 산업의 실상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유전자 검사를 의뢰해서 확인할 수 있는 70개 항목은 혈당, 혈압, 탈모, 비만, 비타민A‧B‧D‧E 등 농도, 색소침착, 알코올대사 등으로 개인의 생활습관이나 영양과 관련된 것뿐이다. 

글로벌 유전자 검사 시장이 연 10% 이상 고속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적으로 암이나 유전질환 등에 대한 DTC 유전자 검사 규제가 풀리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좀처럼 규제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DTC 유전자 검사기관 인증제' 도입 전후 /출처=보건복지부

직설적으로 꼬집자면 원인은 '밥그릇 싸움'이다. 국내에서 암이나 일반질환 관련 유전자 검사는 병원 등 의료기관을 통해야 한다. 그런데 의료기관 역시 유전자 검사기관인 바이오업체를 통해 유전자 검사키트를 공급받아 소비자의 유전자를 채취하고 업체로부터 받은 결과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 DTC 유전자 검사에 의료기관이라는 유통과정이 추가된 것뿐이라는 이야기다. 

전 세계 유전자 검사 시장의 45%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북미 시장은 암과 만성질환,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에 대한 DTC 검사를 허용하고 있고 온라인으로도 누구나 쉽게 DTC 유전자 검사키트를 구매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암 관련 DTC 비용이 10만~20만원인 반면 국내에서는 병원을 통해서만 암 및 일반질환 유전자검사를 받을 수 있고 병원별‧항목별로 30만~60만원에 달하는 등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의료계가 전문 질환에 대한 DTC 검사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크게 전문가들의 영역 침해와 질환 발병 예방을 위한 극단적인 선택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 DTC 유전자 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 계기였던 미국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대표적인 예다. 유전자 검사에서 유방암·난소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BRCA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유방과 난소를 절제했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은 병원을 통해 유전자 검사를 했을 때에도 나타날 수 있다. DTC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하더라도 어차피 병원 진료를 통해 의료진과 상담을 하고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다. 

오히려 DTC 유전자 검사에 암과 일반질환들이 포함되면 소비자들의 유전자 검사비용을 낮출 수 있고 특정 질환에 대한 위험이 나타날 경우 건강관리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 또 특정 질환이 우려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사하면서 관리할 수 있다. 의료계 입장에서도 해당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검사를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셈이다. 

지금의 DTC 유전자 검사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을 위한 DTC 유전자 검사가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소비자들이 알고 싶은 유전자 정보는 알 수가 없다. 업계도 국내 DTC 유전자 시장과 산업이 글로벌로 성장하기 위해 우선 국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의료계 등살에 밀려 눈치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도 정밀의료, 맞춤의료에 대한 목소리는 커지는데 정작 그 중심에 있는 유전자검사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해외 유전자검사 기업들에 밀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는 시기도 놓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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