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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계열사 통한 '쌍둥이약'의 불편한 진실

  • 2022.07.07(목) 07:00

모회사·계열사 통해 동일성분 의약품 다수 허가
의약품 시장 과열·유명무실한 행정처분 등 문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제약업계에서는 모회사와 계열사가 동일 성분 의약품을 각각 허가받는 일이 흔하다. 성분도 같고 같은 공장에서 제조, 생산해 일명 '쌍둥이약'으로 불린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2월 허가받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정(성분명 펙수프라잔)'을 최근 출시했다. 대웅제약의 계열사인 대웅바이오, 한올바이오파마, 아이엔테라퓨틱스 등 3곳도 똑같은 성분인 제품을 지난 1월 허가받고 최근 동시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성분만 같을 뿐 아니라 모두 대웅제약의 오송공장에서 제조, 생산한다. 

업계에서 '쌍둥이약'은 오랫동안 이뤄져온 관행 중 하나다. 모든 의약품을 쌍둥이약으로 허가받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시장성이 큰 제품들이다. 대웅제약은 과거 매출 규모가 컸던 항궤양제 '알비스정'과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타민' 등도 계열사를 통해 똑같은 제품들을 허가, 출시한 바 있다. 

보령제약도 계열사인 보령바이오파마를 통해 간판 제품인 고혈압 치료제 '듀카브'와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 '투베로'의 쌍둥이약인 '카브핀'과 '로카브'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들 쌍둥이약은 지난 2017년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출시되지는 않았다.

제약기업들이 계열사를 통해 쌍둥이약을 허가, 출시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약사법에 따르면 동일 성분 의약품은 1개 기업당 1개 품목만 허가받을 수 있다. 계열사를 통해 똑같은 성분 의약품 4개를 허가 받은 대웅제약의 '펙수프라잔' 성분처럼 분리된 계열사를 통하면 '쌍둥이약' 여러 개를 허가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여러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첫 번째는 시장 과열이다.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모기업과 계열사가 '쌍둥이약'을 동시 출시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행정처분이 유명무실하다는 점이다. 모회사의 의약품이 행정처분을 받았을 경우 계열사를 통해 '쌍둥이약'을 출시하면 외형적으로는 모회사의 매출이 줄어들어도 계열사 제품으로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결국 행정처분으로 입는 피해는 거의 없다.

실제로 제일약품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서류 조작 혐의로 고혈압 치료제 '텔미듀오(성분명 텔미사르탄+암로디핀)'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법적으로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고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경우 1년 간 동일 품목으로 재허가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계열사 제일헬스케어를 통해 텔미듀오와 동일한 의약품인 '텔미칸에이'를 지난 4월 1일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늘이 무너져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속담처럼 계열사가 행정처분을 받은 의약품의 '빠져나갈 구멍'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관행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왔고 정부는 제네릭 난립을 막기 위해 약가인하 등 약가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

그러나 모회사와 계열사들이 동일한 의약품을 각각 허가받을 수 있는 현행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특정 제약기업의 독식 구조는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내 의약품 시장을 과열시키고 행정처분도 피해갈 수 있는 '쌍둥이약' 허가에 대해 좀 더 엄격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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