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2019년 삼성전자가 '혁신적으로' 스마트폰을 반으로 접은 이후, 올해 4번째 '폴더블 스마트폰' 시리즈를 내놨다. 지난 4년간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꾸준한 개선을 통해 폴더블 폰을 대중화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신제품도 그렇다. 갤럭시Z플립·폴드4는 큰 '기술적 혁신'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전작의 아쉬움을 조금씩 지웠다는 인상을 남겼다. 사흘간 삼성전자의 갤럭시Z플립·폴드4 등 2종을 사용해봤다.
플립4, 배터리 개선됐지만…
갤럭시Z플립4의 경우 전작과 디자인 차이가 거의 없다. 크기 차이가 있다고 해도 1~2mm 차이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사실 전작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플립3의 디자인이 호평을 받아서다. 충성심이 높은 애플의 유저들도 디자인에 반해 스마트폰을 교체한 경우가 많았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바로 다음 세대 제품에서 디자인 변화를 주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플립의 '플렉스 모드' 장점도 그대로다. 플렉스 모드는 사용자가 원하는 각도로 제품을 펼 수 있는 기능이다. 책상에 앉아 플립4를 45도 구부린 상태로 올려놓으면 탁상시계 역할을 하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때도 두 손이 자유로웠다.
전면 디스플레이로 일반 사진과 동영상뿐 아니라 인물 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기능은 '셀피(selfie, 일명 셀카)'에 딱이었다. 1000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보다 1200만 화소 듀얼 카메라로 촬영하는 사진의 '때깔'도 좋았다.
다만 전반적인 카메라 성능은 다소 아쉬웠다. 이번 플립 신작은 화소 수의 변화 없이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커졌는데, 2020년에 출시된 아이폰12 프로와 비교해도 야간 촬영의 정확도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갤럭시 팬들이 플립4에서 가장 기대했던 배터리 성능은 얼마나 개선됐을까. 플립4의 배터리 용량은 3700mAh(밀리암페어)다. 이는 올 초 선보인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2의 일반 모델과 같은 수준이다. 전작에 비해서는 400mAh 정도 용량이 커졌다.
실제로 써보니 배터리 용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체험을 위해 하루 동안 플립4에 유심을 넣고 '세컨드폰'으로 써봤다. 아침 8시 100%로 시작한 배터리는 12시간이 지나자 30%대까지 줄었다. 기기를 사용한 것은 약간의 메신저와 몇몇 기능 테스트를 해본 것이 전부였다.
퇴근 후 카메라 기능 테스트를 위해 1시간 정도 연속으로 사용했더니 금방 10% 이하로 떨어졌다. 세컨드 폰이 아니었다면 오후 중에는 한 번 충전이 필요한 수준일 듯하다. 충전은 4%에서 시작해 약 30분이 지나자 33%까지 찼다. 0%에서 완충까지는 약 1시간30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발열 문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폰을 30분 정도 사용하면 후면 카메라 쪽부터 뜨끈해졌다.
폴드4, 강력해진 멀티태스킹
전작에 비해 4g 정도 무거워진 플립4와는 달리 갤럭시Z폴드4는 전작 대비 무게가 8g 정도 줄었다. 그렇다고 제품 무게가 263g에 달하는 '체급'탓에 결코 가볍지는 않다. 한 손에 쥐고 화면을 펴는 것도 여전히 힘들었다. 현실적으로 8g 감량의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갤럭시Z4 시리즈에서는 플립보다는 폴드의 기능 개선이 더 눈에 들어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태스크바'의 역할 때문이다. 태스크바는 폴드4를 펼쳤을 때 화면 하단에 있는 일종의 메뉴바다. 스마트폰 화면을 PC와 유사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셈이다.
실제 사용해보니 꽤 쓸만했다. 통화·메시지·인터넷·노트·사진·카메라 등의 메뉴를 태스크바에 놓으니 홈 화면으로 넘어갈 일도 거의 없었다. 앱을 화면 안으로 드래그하면 3분할 화면으로도 쉽게 전환됐다. 닫는 것도 편했다. 기존 폴드 제품군의 장점이었던 '멀티태스킹'이 한층 강화된 셈이다.
해가 갈수록 폴드 제품의 멀티태스킹 기능이 점점 개선되는 것을 보니, 폴드 제품군이 태블릿 수요를 흡수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흔히 폴드4는 애플의 가장 작은 태블릿 모델인 아이패드 미니와 비교 대상이 되는데, 실제 화면 크기 차이도 크지 않다. 폴드4는 펼쳤을 때 155.1 x 130.1 x 6.3mm, 최신형 아이패드 미니는 195.4 x 134.8 x 6.3mm다. 세로 길이만 4cm 차이 날 뿐 나머지는 거의 비슷한 셈이다.
전작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던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도 한층 개선된 모습이었다. 언더 디스플레이는 카메라 홀 위에 디스플레이 픽셀을 적용한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작에서 시인성(모양·색이 눈에 쉽게 띄는 성질)을 개선해 화면 몰입감을 더욱 높였다고 설명한다.
전작을 사용했을 때는 카메라 홀 위에 적용된 픽셀이 눈으로 보여 오히려 거슬린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폴드4는 그렇지 않았다. 동영상을 시청할 때 카메라 홀이 있는 것보다 확실히 몰입감이 좋게 느껴졌다.
갤럭시Z4 시리즈는 크게 눈에 띄는 혁신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 폴더블폰을 사용하던 고객이 보기에는 기기를 변경할 만큼의 매력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바(Bar)형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이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4 시리즈를 통해 올해 폴더블폰의 진정한 대중화에 한 발 더 다가가겠다는 의지다. 애플은 신제품 발표 때마다 "혁신이 없다"고 비판받지만 매년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한다. 큰 혁신보다는 작은 개선에 집중한 삼성전자의 4세대 폴더블폰의 결과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