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초 공개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3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전 제품에 퀄컴의 최신 칩셋을 탑재해 지역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3 시리즈를 통해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을 이끄는 프리미엄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퀄컴 최신 '두뇌'로 성능 개선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업체 퀄컴은 자사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최신 제품인 스냅드래곤8 2세대 칩셋을 삼성전자 갤럭시S23 시리즈에 전량 공급할 전망이다.
퀄컴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삼성과 새로운 다년 계약을 체결해 향후 출시될 프리미엄 삼성 갤럭시 제품에 대한 스냅드래곤 플랫폼 사용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했다"고 언급했다.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재무책임자(CFO)도 "퀄컴 AP 적용 비율은 갤럭시S22 75%에서 갤럭시S23에서 글로벌 점유율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국가별로 공급 제품에 칩셋을 다르게 탑재했다. 갤럭시S22 시리즈의 경우 유럽 시장에 판매되는 모델은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2200'를 넣었고, 한국·미국 시장에는 스냅드래곤 칩이 탑재된 제품을 판매했다. 퀄컴 AP 적용 비율이 글로벌 점유율로 올라간다는 것은 지역별 차이 없이 전량 스냅드래곤을 탑재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품질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한다. 내년 플래그십 제품에는 최고 사양 AP를 전량 탑재함으로써 조금의 품질 논란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초 기기 성능을 인위적으로 낮춘 'GOS(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 논란으로 속앓이를 한 바 있다.
스냅드래곤8 2세대는 전작보다 성능이 20% 향상되고, 발열 문제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출시될 최고 사양 모델 갤럭시S23 울트라에 신형 2억 화소 이미지센서를 탑재한다고 알려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리미엄 시장 강화 이유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갤럭시 스마트폰 품질에 열중하는 것은 '프리미엄'에 집중된 스마트폰 시장 상황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침체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3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출하량은 3억1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경제 불확실성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가 스마트폰 판매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가운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분위기가 다르다. 프리미엄 시장은 9분기 연속으로 전체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을 상회했다. 올 2분기 기준 프리미엄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지만, 12% 감소한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1000달러 이상 스마트폰 매출은 94% 늘어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바룬 미슈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 추세는 전세계에 걸쳐 일어난다"며 "부유한 소비자들은 현재의 경제 역풍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프리미엄 시장 강세는 올 3분기 애플 출하량을 봐도 알 수 있다. 올 3분기 대부분 스마트폰 제조사의 출하량이 감소한 가운데 애플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1.7% 늘어나며 나 홀로 성장세였다.
하밋 싱 왈리아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프리미엄 시장이 경제 폭풍을 잘 견뎌내고 있는 반면 중저가 스마트폰의 출하량 감소로 시장 성장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 1위 스마트폰 제조사지만, 갤럭시A 등 중저가 제품 비중이 높은 편이다.
아이폰 공급 차질, 삼성엔 호재
이런 상황에서 최근 애플의 아이폰 공급 차질은 삼성전자에 호재일 수 있다. 최근 애플은 성명을 통해 중국 코로나19 규제로 정저우 지역 아이폰 생산공장 가동이 중단돼 아이폰14 프로·프로맥스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애플 협력업체인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는 아이폰14 시리즈의 80%를, 아이폰14 프로의 85% 이상을 생산한다.
애플은 "두 제품의 출하량이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고객은 새 제품을 받기 위해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14를 출시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제품 공급 차질을 겪는 것은 애플에게는 악재지만, 경쟁사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기회 요인이다. 아이폰 구매를 기다리던 대기 수요를 갤럭시 진영으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내년 2월로 예정된 갤럭시S23 시리즈 출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공급 차질이 삼성 입장에서는 호재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아이폰 구매를 원하는 이들이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넘어올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