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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자동차 시동이 늦게 걸려 당황한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특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디젤차의 연료가 굳어지면서 원활한 연료 공급이 어려워지고 시동이 늦어지거나 출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생기죠. 그렇다면 수소엔진은 어떨까요?
왜 수소엔진일까?
지금까지 대형 상용차 시장의 주류는 디젤 엔진이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목표가 강화되면서 내연기관 엔진의 퇴출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대형 트럭과 건설장비, 발전기 등을 전기차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배터리 무게와 충전 시간 문제 때문입니다. 예컨대 전기 트럭은 배터리 용량이 커질수록 무게가 증가해 화물을 실을 공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충전 시간도 길어 물류 운송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수소연료전지 트럭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습니다. 수소연료전지는 순도 99.99% 이상의 고순도 수소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생산하는 비용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죠.
반면 수소엔진은 산업용으로 널리 쓰이는 저순도 수소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뛰어납니다. 기존 디젤 엔진을 개량한 방식이어서 차량 개조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수소연료전지 대신 수소엔진 개발에 집중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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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0도 테스트 통과…뜨거운 여름도 견딜까
이번 테스트는 수소엔진이 혹한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대형 트럭이 겨울철에도 안정적으로 운행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는데요.
HD현대인프라코어는 국내에서도 강추위로 유명한 강원도 대관령에서 타타대우모빌리티와 협력해 11리터급 수소엔진(HX12)의 혹한지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테스트에서는 △즉각 시동 가능 여부 △수소탱크 내 연료 공급 안정성 △화물 적재 상태에서의 경사로 주행과 제동 성능 △충전 안전성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습니다.
테스트는 모두 성공적이었습니다. 영하 20도의 혹한 속에서도 수소엔진 트럭은 한 번에 시동이 걸렸고, 연료 공급도 원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화물을 실은 상태에서도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내리는 데 문제가 없었고 충전 안전성이 확보됐습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이번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한여름에는 추가적인 내구성 검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향후 △혹서기 주행 테스트 △경사로 등판 능력 시험 △55℃ 고온 챔버 실험 △10만km 내구성 테스트 등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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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소엔진의 실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수소엔진은 상용차용 CNG(압축천연가스)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해 기존 차량에 탑재하기 수월하고 수소연료전지 등 고순도 수소를 요구하는 타 동력원에 비해 경제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해 9월 열린 수소산업 전시회 'H2 MEET 2024'에서 이 수소엔진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베스트 프로덕트 미디어 어워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26년 초 수소엔진 양산을 시작해 2027년 상반기에는 수소엔진 트럭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엔진을 탑재한 상용차가 본격적으로 출시된 사례는 아직 없어 어쩌면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도 있겠죠.
이제 탄소중립 시대, 수소엔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7년부터는 도로 위에서 수소엔진 트럭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수소엔진이 상용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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