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전 세계적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미국·중국의 무역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끝을 알 수 없는 대내외 악재도 위기감을 더한다. 기업들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방어막을 쌓아 올리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스마트폰 등 각 산업 분야의 내년 성적표를 전망해본다.[편집자]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혹한기를 보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구매 심리가 약화됐다.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살아나는 것은 내년 상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악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도 경쟁력을 찾기 위한 도전을 지속할 계획이다.
줄어든 수요, 내년까지 지속 전망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작년보다 10.9% 감소한 12억4000만대 규모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세로 소비자 구매 심리가 위축됐고 이는 스마트폰 제조원가에도 압박을 줬다.
시장 부진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스마트폰 시장은 12억6200만대 규모로 전년 대비 1.8%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이는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5.2%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당분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으로 급격히 회복되기는 어렵다"면서 "올해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역대 최고 수준인 43개월로 추산되는데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단축되겠지만 40개월 이상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의 관측도 부정적이다. 트렌드포스는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이 지난해 3분기부터 약세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 빠르면 내년 2분기부터 턴어라운드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지부진한 '폴더블 대중화'
국내 유일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상황도 점차 악화하고 있다. 트렌드포스 조사 결과 올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에 1위 선두를 내줄 것으로 보인다. 4분기는 매년 9월경 아이폰을 출시하는 애플의 전통적인 성수기다. 올해 4분기 애플의 점유율은 24.6%로 삼성전자(20.2%)를 4.2%포인트 앞설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집중하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에서도 시장 점유율 성장세는 미미하다. 지난 8월 갤럭시Z 시리즈 공개행사(언팩)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올해 1000만대 이상의 폴더블폰을 판매해 폴더블 대중화의 원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폴더블폰의 전 세계 시장점유율은 1.1% 수준이며 내년에는 1.5%로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 중 80~9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스마트폰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 수준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폴더블폰 출하량이 크게 늘며 지난 3분기 처음으로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2%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역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삼성전자가 강조하는 '폴더블폰 대중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셈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기세도 무섭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오포와 아너는 최근 폴더블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중국 외 국가에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중국 내에서만 판매했다면 이제는 동남아시아나 유럽, 중동 시장까지 판매 지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폴더블폰은 출시 초기 제품 완성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약 5년 동안 제품 개발에 집중해 최근에는 경쟁력을 높였다. 실제로 오포의 폴더블폰 신제품인 '파인드N2'는 같은 '폴드형' 제품인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4와 비교해 무게가 가볍고 외부 디스플레이도 크다. 아너의 '매직 Vs' 역시 갤Z폴드4보다 가볍고 얇다.
새 전략 짠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어려운 시장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전략 개편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DX(디바이스경험) 부문 경영진 회의에서 원가 절감보다는 '갤럭시' 브랜드의 가치 향상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원가 절감을 중요시했다. 코로나19 여파와 글로벌 경기 악화로 스마트폰 수요가 줄면서,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수익성에 집중한 나머지 제품력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올해 초 불거진 'GOS(게임최적화서비스)' 논란이 대표적이다. ▷관련기사: 열제어 혁신 어디로?…S22, 'GOS' 논란가열(3월8일)
이에 삼성전자는 수익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던 이전까지의 전략 대신 '고객 경험'에 중심을 둔 가치 향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MX(모바일경험) 사업부는 조직개편을 통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팀을 신설했다. 디자인팀에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내년 성적을 결정지을 첫 타자는 내년 2월 공개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2월 1일 언팩 행사를 열고 2월 중순쯤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신작에서 삼성전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 칩을 탑재해 발열 논란을 잠재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스냅드래곤8 2세대는 이전 세대 대비 발열과 에너지효율 개선에 중점을 뒀다. 전력 효율도 최대 40%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절감과 브랜드 가치 향상을 함께 가져갈 수는 없는 부분인데다 올해 초 발열 관련해 문제가 됐던 만큼 이번 갤럭시 신제품 성능은 스마트폰의 기본을 다지는 수준까지는 올라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