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촉발된 '영업이익 N% 성과급' 논란이 중견기업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성과급이 노동쟁의 대상인지,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자 정부도 노란봉투법 해석지침 정비에 착수했습니다. 법조계 및 산업계에서는 "하위법령만으로는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성과급' 어디까지 임금인가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사는 최근 임금·단체협상에서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방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회사는 PS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조는 지난해 어렵게 합의한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PS 제도를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회사는 영업이익 10%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되, AI 반도체 호황으로 성과급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급 방식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 하계포럼에서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확인된다면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며 성과급 제도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는데요.
논란은 노사 협상을 넘어 법적 공방으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주주단체인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각각 직권남용과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것은 사실상 주주의 이익배당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노사 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노동계의 시각은 다릅니다. 성과급 역시 근로조건의 중요한 일부인 만큼 노사 자율교섭 대상이라는 입장입니다. 특히 올해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하면서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대법원은 올 초 잇달아 선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성과급 사건에서 성과급의 법적 성격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사건에서는 지급 기준이 사전에 확정된 목표인센티브(TAI)를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인정했고요. 반면 2월 SK하이닉스 사건에서는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에 연동되는 생산성격려금(PI)과 초과이익분배금(PS)을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로 보고 임금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성과급의 임금성을 판단하면서 △지급 기준이 사전에 확정돼 있는지 △사용자에게 지급 의무가 있는지 △근로 제공의 대가인지 △경영성과를 사후 배분하는 성격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 사건에서는 성과급이 연봉의 0~50%까지 크게 변동한 점 등을 근거로 "근로의 대가라기보다 경영성과를 사후 배분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죠.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전에 '어떤 성과를 달성하면 얼마를 지급한다'는 기준이 정해진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 만큼 임금으로 볼 수 있지만, 단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은 가령 반도체 가격이나 업황 등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경영성과를 사후 배분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대법원도 이러한 유형의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임금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란봉투법 해석 시험대
정부도 제도 정비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영업이익 N% 성과급과 관련해 "노동쟁의 대상이 아닌 쪽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끝이 없고 일정한 기준을 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죠.
다만 정부 내에서도 기류는 다소 엇갈립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기업의 경영상 판단에 가까워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아울러 이 같은 성과급을 단체협약으로 정할 경우 주주총회나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요.
고용노동부는 대통령 지시 이후 기준 마련 작업에 착수했으나 '어떤 성과급이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아직 공식 해석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 교섭 과정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성과급 협상을 임금교섭의 일환으로 언급한 데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관련 분쟁에 대해 조정 절차를 진행하면서 성과급도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에 권 교수는 "정부 해석지침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노사 모두 예측 가능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과급 지급 절차나 주주 승인 장치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 논의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N% 성과급' 갈등은 대기업을 넘어 중견기업으로도 확산하는 모습인데요. 부산의 반도체 테스트 부품업체 리노공업은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추가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최근 전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리노공업은 반도체 후공정에서 사용되는 테스트 소켓 분야 글로벌 강자로, 업계에서는 장기 파업이 이어질 경우 반도체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 현대자동차·HD현대중공업·LG유플러스·신세계 등에서도 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가 이어지면서 산업계 전반으로 유사한 갈등이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과급 자체보다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상한 없이 연동하는 구조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며 "업황이 좋을수록 지급 규모가 급격히 커지는 방식은 글로벌 기준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검토 중인 자사주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현금보다 자사주를 활용한 장기 보상은 글로벌 기업들이 널리 활용하는 보상 체계에 가깝다"며 "국내 기업들도 단기 현금 지급 중심에서 장기 인센티브 중심으로 보상 체계를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반도체 산업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 등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 기업들이 장기 투자보다 이익 배분 논쟁에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사 협상 비용 자체가 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비용으로 작용하는 만큼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다 명확한 제도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