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상품을 조달해 판매하는 것 외에 고객관리(CS), 리뷰 수집, 노출, 홍보·마케팅까지 다방면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인건비도 비싸 골머리를 앓는 온라인 사업자들에게 생성형 인공지능(AI)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카페24 스토어'를 담당하는 김재은 카페24 에코플랫폼그룹장은 "최근 이커머스 산업에선 AI 기능을 적용하는 게 필수적 덕목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마케터+디자이너+번역가 = AI
카페24가 지난 2018년부터 운영 중인 카페24 스토어는 일종의 앱 마켓플레이스다. 스마트폰에서 필요한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사용하듯, 쇼핑몰을 운영하는 온라인 사업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과 서비스를 골라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카페24의 파트너 개발사는 550곳, 누적 다운로드 수는 약 95만개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 개발사는 61곳이며, 전체 앱 중 AI가 적용된 앱은 약 20%다.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서 AI 앱을 이용하는 온라인 사업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기존에는 고객을 응대하기 위한 챗봇을 주로 찾았다면 지금은 상품을 설명하기 위한 이미지를 만드는 일, 고객의 리뷰를 수집해 분석하거나 상품을 추천, 진열하는 것까지 모두 AI를 활용한다. 의상을 미리 피팅해보거나 내 피부톤에 맞는 화장품을 찾고, 가구를 미리 내 집에 배치해 보는 시뮬레이션도 AI 몫이다. 카페24와 구글 유튜브가 제휴해 선보인 '유튜브 쇼핑'을 할 때도 시나리오나 음원을 만들고 영상을 자동으로 편집해 '쇼츠'로 제작하는 번거로운 일도 AI에 맡기면 해결할 수 있다.
AI를 활용하기 전에는 사람이 직접 밤늦게 상품을 진열하거나 일일이 고객 리뷰를 수집해 분석하는 데 인건비가 따로 들어갔다. 김 그룹장은 "많은 온라인 사업자가 AI로 비용을 아끼는 대신 매출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에 투자하거나, 다른 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추가 채용한다"면서 "영업비용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 매출을 늘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AI 찾아드립니다"…쇼핑몰·개발사 '윈윈'

온라인 사업자들이 AI 앱을 활용해 매출을 늘린 사례는 적지 않다. 여성 이너웨어 브랜드 '베리시'의 경우 AI 챗봇 '알프'를 활용한 뒤 매출이 늘어났는데도 무료교환 문의는 약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건강 디저트 브랜드 '널담'은 AI 추천·구도유매 솔루션 '알파업셀'을 활용해 주문당 평균 구매 개수를 1.6개에서 2.3개로 늘렸다. AI 앱을 서비스하는 파트너 개발사도 함께 성장했다. 2명의 개발자로 시작한 샐러드랩은 카페24 스토어를 거쳐 직원 수 80명의 자사몰 마케팅 솔루션 기업이 됐다.
김 그룹장은 온라인 사업자와 파트너 개발사 사이에 원하는 점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온라인 사업자는 쇼핑몰을 고도화시키고 싶어도 필요한 AI 기능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개별적으로 구축하려면 비용이 지나치게 비쌀 뿐더러 본인의 쇼핑몰에 맞게 최적화하지 않으면 '계륵'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개발자들은 기술은 있지만, 온라인 사업자에게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카페24 스토어는 온라인 사업자에게 본인이 필요한 AI 기능이 무엇인지 추천하고, 각 쇼핑몰에 맞게 최적화하도록 전문가를 연결한다. 카페24가 모든 API(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를 공개하고 있다 보니 AI 앱을 연동하기도 쉽다. 김 그룹장은 "온라인 사업자들이 전문 용어로 '파인 튜닝'(미세조정)을 할 수는 없다. 그건 파트너 개발사의 몫"이라면서 "식료품에 특화한 이미지 서비스, 마케팅에 특화한 글쓰기 서비스 등 필요한 걸 골라 쓸 수 있으니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아마존·알리에 물건 팔 때도 AI 활용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노리는 온라인 사업자에게도 AI는 '일당백'의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국내 쇼핑몰에서 상품을 설명하는 상세 페이지는 대부분 세로로 긴 직사각형이지만 미국 아마존의 경우 정사각형 이미지를 주로 사용한다. AI 앱을 활용하면 상품 상세 페이지를 아마존 플랫폼에 맞게 바꿔주고, 자연스럽고 고도화된 번역으로 상품을 설명하거나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환율에 맞춰 시시각각 가격을 조정한다. 김 그룹장은 "과거에는 언어나 시간, 공간의 문제로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이 AI 서비스로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면서 "사업기회가 많아지면서 비용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그룹장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쇼피파이'를 예로 들면서 시장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카페24도 쇼피파이처럼 성장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카페24 스토어 또한 누구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지원과 활동을 통해 사업자, 개발사, 카페24가 모두 상생하는 에코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다. 김 그룹장은 "온라인 사업자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찾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 매년 120%, 130%씩 늘었다"면서 "시장이 어려울수록 온라인 사업자들은 새로운 것을 찾을 것이고, 우리도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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