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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전쟁]④기나긴 싸움에서 이기려면?

  • 2022.11.14(월) 06:20

부작용 우려로 백신접종 거부 등 불신 확산
고부가가치 산업 '백신'…의료비 절감 효과
국산 백신 개발 위해 지속적 관심·지원 필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 대유행으로 백신 자급화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됐다.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발 빠르게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서 해당 국가들은 코로나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반면 백신을 보유하지 않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는 코로나 백신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필수예방접종 백신들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백신 수급 안정화를 위해 국산 백신 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백신의 역사와 종류, 개발현황 등 백신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편집자

국내에서는 코로나를 계기로 최근에서야 백신 부작용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전부터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안티백신 운동이 성행했다. 그 이면에는 강제성과 부작용 우려가 자리한다.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발 여론 확산

과거 유럽에서는 두창 바이러스의 유행을 막기 위해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두창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그러자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강제백신접종 반대조직이 결성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유도하기 위해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을 백신 접종이 확인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도록 '방역패스'를 도입하면서 논란을 가져왔다. 체질적으로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있고 단기간에 개발된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백신 예방접종은 개인이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지 접종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백신 의무화로 질병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례들을 통해 입증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2년부터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생후 12~15개월 이내 수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고 1960~1970년대부터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접종이 확대됐다. 백신이 도입되기 전에는 15세 전 약 90%의 소아에게 수두가 발생했지만 백신 접종 의무화로 매년 수두 발생 건수는 약 90% 감소했다.

또 지난 2018년 대구에서 집단 홍역(MMR) 감염이 발생했는데 대부분 홍역 백신 미접종자와 20~30대의 의료기관 종사자들이었다. 홍역은 전염력이 매우 강하고 심할 경우 중이염, 폐렴, 뇌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홍역 백신이 도입되기 전에는 5세 이하 영아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현재 국가필수예방접종(NIP)으로 12~15개월에 1차 접종, 4~6세에 2차 접종을 시행하면서 홍역으로 사망하는 영아는 거의 없다.

부작용 우려로 백신 접종 거부 등 불신 확산

사실 그간 국내에서는 어린이나 노약자를 대상으로 한 국가필수예방접종과 때마다 독감 백신을 맞는 것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랜 기간 개발과정을 거쳐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된 백신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은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개발된 데다 수많은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면서 코로나 백신에 대한 불신이 확산했다.

실제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작용 우려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MMR 백신이 자폐증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된 이후 MMR 백신 접종률이 대폭 감소했다. 또 영국에서는 1970년대 초 한 대학교수가 백일해 백신이 영구적인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고 백신에 대한 신뢰 저하로 70~80%였던 백신 접종률이 40%로 감소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백일해로 사망하는 사람이 대폭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라는 온라인 카페를 통해 MMR 백신과 자폐증에 대한 괴담이 퍼지기도 했다. 해당 논문은 수년 전에 MMR 백신 부작용 집단소송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 논문임이 밝혀졌지만 현재까지도 MMR 백신의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백신 접종시 100% 예방 안 돼도 치명률 감소 효과

부작용이 없는 의약품은 없다. 1세대 백신인 생백신도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홍역, 인플루엔자 등 계란을 사용해 만든 백신은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발적, 호흡곤란 등 아나필락시스 쇼크 가능성이 있다. 

백신의 심각한 부작용 중 하나인 아나필락시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또 세균, 바이러스의 성향에 따라 백신 접종으로 큰 예방 효과를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인플루엔자나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이 불안정하고 변이가 빨라 100% 감염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다만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치명률을 낮출 수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후 5~7월 사이 치명률이 96.1% 감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예방률이 39%에 불과한 말라리아 백신의 사용 승인을 한 바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가 개발한 '모스퀴릭스(RTS,S)'로 WHO가 승인한 최초의 말라리아 백신이다. WHO가 예방률이 낮은 모스퀴릭스를 말라리아 백신으로 승인한 이유는 치료제와 병행할 경우 입원률과 사망률이 70%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건보재정·의료비 절감 효과…지속적인 개발 지원 필요

글로벌 백신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230억6500만 달러(약 30조원)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다. 또 백신은 건강보험재정 및 국민 의료비 절감 효과도 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천연두 퇴치운동에 들어간 비용은 총 1억 달러(1320억원)였지만 천연두 예방에 따른 치료 비용 절감액은 매년 13억 달러(1조7200억원)에 이른다.

백신은 인류를 구한 획기적인 발명품이자 앞으로도 다양한 질병을 막기 위해 개발이 필요한 의약품임에 분명하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사태로 백신 자급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산 백신 개발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백신은 일반 의약품보다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개발에 10~15년이라는 기간이 걸린다. 

다만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백신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 제품이 개발 및 접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지속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백신 개발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과 같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국산 백신이 개발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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