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삼성전자의 주력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3'이 지난 17일 공식 출시됐다. 갤럭시S23은 출시 전 사전 예약 기간 일주일 동안 109만대 이상 팔리며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이는 전작(101만7000만대) 이상의 흥행이자,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예약 판매 중 최다 기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제품 흥행 이유를 '전작 대비 강력해진 성능'으로 꼽는다. 특히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3울트라의 카메라 기능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울트라'다운 카메라 성능을 체험해보기 위해 삼성전자로부터 갤럭시S23 울트라 라벤더 색상을 약 일주일 동안 대여해 관악산 정상에 올랐다.
2억 화소 카메라에 더 강력해진 100배줌
갤럭시S23 울트라 모델과 일반·플러스 모델의 가장 큰 차이는 카메라 성능에 있다. 울트라 모델은 후면 카메라에 픽셀 2억개를 탑재한 이미지센서와 f1.7의 조리개 모듈을 적용했다. 전작인 갤럭시S22 울트라가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와 f1.8의 조리개를 적용했던 것에 비해서 개선됐다. 이미지센서의 픽셀 수가 많아지면 해상도가 높아지고 이미지가 선명해진다. 조리개의 경우 F의 값이 작아질수록 렌즈를 통과하는 빛의 양이 늘어나 사진이 밝아진다.
약 2시간을 올라 관악산 정상에서 과천 시내를 내려다보니 미세먼지가 가득했다. 2억 화소 카메라로 사진 촬영을 해보니 눈에 보이는 것보다 뚜렷한 사진을 찍어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2억 화소의 카메라도 미세먼지를 이길 수는 없었다.
울트라 모델의 대표 기능으로 자리 잡은 '100배줌'이 아쉬움을 상쇄했다. 미세먼지 속에서 약 6km 거리에 자리한 서울랜드의 상징인 '지구별'을 한숨에 찾아냈다. 지구별뿐 아니라 경마장, 식물원 등 과천 시내의 모습이 선명하게 찍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출시한 갤럭시S20 울트라에서부터 100배줌 카메라를 강조해왔다. 도입 4년 차의 기술이다 보니 올해는 100배줌 기능을 앞장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갤럭시S20 울트라, S21 울트라, S22 울트라를 모두 체험해본 입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하다고 느껴져서다.
S20 울트라로 100배줌 촬영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손이 떨리지 않게 부여잡아야 했다. 100배로 줌을 당기면 화면이 크게 흔들려 피사체를 제대로 잡기 어려웠다. 기사 리뷰에 사용할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이 꽤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신작에서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4년 새 성능이 크게 개선된 것이 체감됐다. 손 떨림 보정을 위해 전작 대비 OIS 각도를 2배 높인 효과로 보인다.
반려동물에 음식까지…찍을 맛 난다
강화된 인물사진 모드도 쓸만했다. 이번 신작에서는 듀얼 픽셀(Dual Pixel) 기반의 AI 스테레오 뎁스(Stereo Depth) 기능을 도입해 카메라와 피사체와의 거리를 분석하고, 동시에 피사체와 배경을 더욱 정교하게 구분한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관악산 등반 중 만난 고양이를 인물사진 모드로 촬영해보니 성능 개선 설명이 와닿았다. 피사체와 배경이 완벽히 구분돼 고양이와 고양이가 앉아있는 바위는 선명하게, 배경은 흐릿하게 찍혔다.
인물사진 모드는 음식 촬영에도 유용했다. 등산 후 주문한 도토리묵과 제육볶음에 초점이 맞춰져 맛깔스럽게 찍혔다. 아이폰13 프로로 찍은 사진과 비교해보니 확연히 밝고 채도가 높은 '갤럭시 감성'이 드러났다.
3시간이 넘는 등산 중 사진 촬영을 계속했지만 배터리는 그야말로 '튼튼'했다. 24시간 충전하지 않아도 충분한 수준이었다. 갤럭시S23 울트라의 배터리 용량은 전작과 동일한 5000mAh(밀리암페어시)다. 특히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신작에서는 AI의 핵심인 딥러닝 알고리즘을 담당하는 NPU(Neural Processing Unit)의 성능을 40% 이상 개선했다. 덕분에 사진 촬영 등에서 성능과 전력의 균형을 최적화해 배터리 사용성도 개선됐다.
삼성, 이 갈았다
갤럭시S23 울트라는 사용해본 이들 사이에서 '삼성이 이를 갈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제품으로 평가된다. 그 중심에는 카메라가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2억 화소, 100배 줌 등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여러 최초의 혁신을 만들어냈다.
더 기대되는 점은 아직 도전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재진에게 "아부다비에서 오랜만에 봤더니 다 캐논이더라"고 언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카메라 사업 실패 후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을 높여온 삼성이 카메라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