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나은수 기자] "에콰도르에 포니 5대를 처음으로 수출했던 울산 공장은 이제 매일 3000대를 수출하는 생산기지로 거듭났습니다"
지난 18일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만난 관계자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 차 있었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아이오닉5, 싼타페, 엘란트라(아반떼) 등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선적장은 5만톤(t) 선박 3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곳으로 1년 중 8일을 제외하곤 매일 바쁘게 운영되고 있다.
현대차 역사의 시작점인 울산 공장은 인간의 신체로 비유하면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체 곳곳에 피를 전달하는 심장처럼 울산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들도 북미, 유럽 등 15개국 곳곳에 뻗어나가고 있었다.
9.6초 당 1대…우사인 볼트 급 생산
현대차의 출범(1967년)과 함께 설립된 울산 공장은 현재 연간 140만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394만대인 점을 고려하면 3대 중 1대는 울산 공장에서 생산됐던 셈이다. 현대차의 첫 독자 모델인 '포니'도 이곳에서 잉태됐다.
울산 공장의 규모는 압도적인 수준이다. 총 5개의 독립 공장을 갖춘 울산 공장의 면적은 150만평으로 이는 축구장 670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직원의 이동 편의를 위해 설치한 정류소만 44개에 달한다.
안이경 현대차 매니저는 "울산 공장은 하루 평균 6000대의 차량이 생산되는 곳으로 현재 3만2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타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공장과 비교해도 최대 규모 수준"이라고 말했다.
규모보다 놀라운 건 생산 능력이다. 총 5개의 독립된 공장에서는 9.6초당 1대의차량이 생산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의 100m 최고 기록(9.58초)과 맞먹는 수준이다.
공장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이날 투어 대부분은 버스를 타고 진행됐다. 이동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건 10~15대당 한조로 이뤄진 차량들이 끊임없이 선적장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공장 내 위치한 하천(명촌천)을 지나자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공장도 어렴풋이 보였다. 현대차가 2조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이 공장은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공장이 향후 국내 미래차 생산의 대표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천을 지나 부두에 도착하자 대형 선박 2척이 보였다. 이 선박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초대형 차량 운반선이다. 선적을 기다리는 대기장에는 아이오닉5, 싼타페 등이 빼곡히 차 있었다.
안 매니저는 "1년 중 약 8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매일 선적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차량을 실은 운반선은 북미, 유럽 등 15개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10차종 동시 생산하는 울산 3공장
이날 함께 방문한 울산 3공장은 1990년 설립된 곳으로 울산 1~5공장 중 가장 최근에 지어졌다. 연간 36만7000대를 생산하는 울산 3공장은 아반떼, 아반떼N, 아반떼 하이브리드(HEV), 코나, 베뉴 , i30 등 총 6종의 차량이 생산되고 있다.
안 매니저는 "3공장은 지난해 8월부터 다차종 생산 시스템이 시범 적용됐다"며 "과거 한 라인에서 2~3가지 차종을 생산했지만 다차종 생산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최대 10개 차종을 동시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 생산은 '프레스-차체-도장-의장' 총 4단계로 이뤄지는데 이날 직접 둘러본 곳은 의장 공장이었다. 의장 공장은 자동차의 각종 부품들이 조립되는 곳이다. 의장 작업은 또 다시 '트림(와이어 케이블을 조립)-샤시(엔진, 변속기 조립)-파이널(범퍼, 타이어, 유리 장착)-테스트' 라인으로 나뉘어진다.
의장 공정은 가장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공정은 로봇들이 대부분 작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의장 공정은 약 90%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엔진을 장착하고 전선을 연결해 차량의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는 정교한 작업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품질 역시 놓치지 않고 있다고 자부했다. 안 매니저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차량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보통 1번의 품질 검증 작업을 진행하지만 현대차는 이 작업을 2번 진행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