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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빅뱅]③가전, 어디까지 똑똑해질까

  • 2023.11.27(월) 06:20

삼성·LG전자, AI로 가전 불황 극복 꾀해
CES 2024서 AI 강화 신제품 공개 예상

/그래픽=비즈워치

AI(인공지능)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작년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얻은 후 AI는 우리의 삶과 더욱 가까워졌다. AI가 일반 대중의 삶으로 깊숙이 파고들면서 산업계에도 'AI 빅뱅'이 몰아쳤다. AI 성장에 필수적인 반도체는 불황을 이길 원동력을 얻었고, 침체가 지속됐던 가전과 스마트폰 시장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국내 기업의 행보를 살펴본다.[편집자]

가전업계는 코로나19 당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집에만 머무는 '집콕'이 늘고 가전에 대한 관심이 커져 수요가 급증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전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업계는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시장만 봐도 그렇다. 시장정보업체 GfK는 올 상반기 매출 기준 국내 가전 시장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대표 가전제품 33개의 매출 금액 기준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주요 채널을 포함한 수치다.

GfK는 "코로나 기간 동안 크게 상승했던 가전 수요가 엔데믹과 함께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행 수요 회복 등으로 인해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가 가전제품 소비를 줄이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강지혜 GfK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며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히 지속돼 소비자들의 소비 위축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올 하반기 가전 시장 역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 타이젠 중심으로 AI 가전 키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장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AI'를 앞세우고 있다.

가전제품에 AI 적용을 확대 도입해 스마트싱스, 씽큐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홈의 연결성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공개한 생성형 AI '가우스'를 활용한 온디바이스 AI를 가전에 심을 예정이다. 온디바이스 AI는 기기에서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사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열린 IFA 2023에서도 내년부터 모든 가전에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함성일 생활가전사업부 소프트웨어 개발팀 프로는 삼성전자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가전제품에 온디바이스 AI를 지원한다는 것은 가전제품에 내장된 AI 엔진이 딥러닝 추론을 항상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전제품은 예상보다 더 많은 정보를 생성하는데, 이러한 정보를 학습해 제품 사용 경험을 향상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온도 예측을 통해 냉장고나 에어컨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바닥 재질에 맞는 청소 모드를 설정할 수 있으며, 의류 재질에 따라 세탁·건조 모드를 설정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하기 위해 독자 운영체제인 '타이젠'을 모든 가전제품으로 확장하고, 이를 통해 기기 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가전제품에 온디바이스 형태의 AI를 심고, 이를 연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타이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권호범 삼성리서치 상무가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타이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뉴스룸

타이젠을 통해 AI 칩이 없는 기존 가전에서 AI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방식도 고안 중이다. 가전제품 간에 AI 성능이 같지 않기 때문에 제품 간 AI 기능을 공유하면 각 제품이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기술이다. 

권호범 삼성리서치 상무는 최근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코리아 2023'에서 "홈 AI 엣지 기능은 저가형 가전의 AI 서비스 요청을 고성능 기기가 온디바이스로 대신 처리해 집 안에 있는 모든 기기를 스마트하게 함께 작동하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홈 AI 엣지 허브가 있으면, 최신 모바일폰이나 스마트 TV에 있는 강력한 CPU나 MPU 등이 오븐, 청소기 등 AI 칩이 없는 디바이스를 위해 AI 서비즈 요청을 대신 온디바이스 AI로 처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가전 업시키는 LG, 전용 AI 칩까지

LG전자는 올해 핵심 전략 과제로 '앰비언트 컴퓨팅 플랫폼' 구축을 꼽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앰비언트 컴퓨팅은 사용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빅데이터 기반의 차세대 AI가 언제 어디서나 고객의 상황을 정교하게 인지·판단해 선제적으로 특정 작업을 제안하거나 수행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지능형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이 플랫폼이 구축되면 고객이 평소 에어컨을 사용하는 패턴을 AI가 스스로 판단해 특정 기온에 다달았을 때, 에어컨을 켤지 끌지 제안하고 최적의 온도와 풍량을 추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LG전자의 AI 싱크탱크인 인공지능연구소는 △음성·이미지·영상·감성·생체 인식 기반의 공간상황 및 사용자 상태 인지 △맥락대화 및 감성대화를 통한 논리추론 △음성·영상 및 다양한 센서를 이용하는 멀티모달 인터페이스 등과 같은 AI 원천기술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이 지난 7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생활가전을 스마트 홈 솔루션으로 전환시키는 'UP가전 2.0'을 소개하고 있다./사진=LG전자 제공

스마트폰의 편의성을 가전제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가전용 AI 칩 자체 개발에도 나섰다. 지난 8월 LG전자는 생활가전을 스마트홈 솔루션으로 전환시키는 '업(UP)가전 2.0' 전략의 일환으로 자체 개발한 스마트 가전용 AI 칩 'DQ-C'와 가전 OS(운영체제)를 공개했다.

DQ-C는 LG전자가 3년 이상 공들여 개발한 AI 반도체다. DQ-C 칩 기반의 가전 OS가 탑재된 업가전 2.0은 가전을 내게 딱 맞게 초개인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 것이 특징이다.

가전제품에서도 스마트폰처럼 필요한 기능을 손쉽게 설치하고 삭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탑재해 딥러닝 알고리즘 처리 성능을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음성인식, 인공지능 제어의 정확도 및 처리 성능 등을 높일 수 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9월 출시한 무드업 냉장고에도 AI 반도체 'DQ-1(LG8111) 칩'을 탑재한 바 있다. 올해 CES 2023에서 공개한 '시그니처 올레드 M' TV에도 LG전자가 개발한 반도체 '제로 커넥트 칩'이 들어가 있다. 이 밖에도 로봇청소기, OLED TV 등에도 독자 개발한 AI 반도체를 탑재하는 등 AI 성능 강화에 주력해 왔다. 

LG전자는 현재 업가전 2.0으로 출시된 세탁기와 건조기에 적용된 DQ-C 칩을 향후 전 제품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DQ-C 칩의 원가 경쟁력 덕분이다. LG전자는 누구나 추가 비용 없이 스마트홈 솔루션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DQ-C 칩 개발의 핵심 과제로 뒀다. 충분한 성능을 내면서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가격 부담 없이 보급형 제품까지 AI 칩을 탑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1월 초 열리는 CES 2024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 기능을 강화한 가전 신제품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1월 중순 선보일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4' 시리즈에 온디바이스 AI 기능이 더해진 '갤럭시 AI'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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