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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래사업기획단' 출범에 담긴 의미

  • 2023.12.02(토) 17:00

[워치인더스토리]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 유지…'안정' 선택
신사업 발굴 '미래사업기획단' 출범…역량 집중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안정'을 택했다

연말이 다가왔습니다. 연말이 왔다는 것은 각 기업들에게 인사 시즌이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내년도 인사를 발표했고,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인사는 내년도에 이 기업이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를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합니다. 올 한 해를 평가하고 내년에는 어떻게 가겠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입니다. 기업들의 인사와 조직개편에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입니다.

매년 연말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인사는 아마도 삼성전자의 인사일 겁니다. 국내 최대 기업인데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곳인 만큼 삼성의 움직임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대체적으로 기업들의 인사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안정'이냐, '변화'냐입니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는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 대부분입니다. 삼성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투 톱' 체제가 유지됐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체제를 내년에도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다만 역할조정은 있습니다. 그동안 한 부회장이 겸임하고 있던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생활가전사업부장 중 DX부문장을 TV 전문가인 용석우 신임 사장이 대신합니다. 한 부회장의 부담을 덜어준 셈입니다. 경 사장은 기존 DS(반도체)부문장 외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겸임하게 됐습니다. 반도체 분야를 전적으로 맡긴 겁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안정을 택한 것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해 내실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올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5년 만에 인위적 감산에 돌입하는 등 시장 상황에 긴밀히 대응하기 위해 전력투구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기조를 유지하면서 내년에 실적 턴어라운드를 준비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겁니다.

'미래사업기획단' 출범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인사 내용도 없었습니다. 사장단 승진 인사 폭도 예전에 비해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삼성전자 인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미래사업기획단' 출범입니다. 말 그대로 삼성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을 발굴, 육성하겠다는 겁니다. 삼성이 변화를 주겠다는 시그널인 만큼 업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부회장급 조직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꾸리기로 했습니다. 미래사업기획단의 수장은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이 맡습니다. 전 부회장은 현재 삼성의 핵심 사업군인 반도체와 이차전지를 모두 성공시킨 주인공입니다. 2000년 삼성전자 D램개발실 연구위원을 시작으로 2014년 사장에 올라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이끌었습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 단장 / 사진=삼성전자

이후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전기차용 이차전지 사업에 집중, 빠른 시간 내에 흑자전환을 이끌어내는 등 탁월한 경영 수완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물론, 삼성SDI의 이차전지 사업까지 궤도에 올려놨던 만큼 향후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 육성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있는 인사입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의 위상과 역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소속은 삼성전자이지만 실질적인 업무는 삼성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기존 사업의 연장선이 아닌, 완전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집중하는 것 목표입니다. 그런 만큼 향후 미래사업기획단이 어느 분야로 어떻게 움직일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겁니다. 

14년 전에도 있었다

사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6년 당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시로 출범한 '신사업추진팀'을 2009년 확대·개편한 '신사업추진단'으로 꾸린 바 있습니다. 당시 김순택 전 삼성SDI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초대 단장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2010년 삼성은 새로운 사업 진출 계획을 내놨습니다.

당시 삼성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시밀러 △의료기기 등을 5대 신수종 분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업들의 초기 육성을 신사업추진단에 맡겼습니다. 그때의 결과물이 현재 삼성의 주력으로 성장한 삼성SDI의 이차전지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 시밀러 분야입니다.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 사진=삼성SDI

반면 태양전지와 LED, 의료기기 사업은 아직도 삼성에 남아있기는 하지만 성과는 미미한 편입니다. 그 탓에 업계에서는 신사업추진단의 성과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미래사업기획단의 출범도 당시와 비슷한 형국입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인적 구성과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다시 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는 점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과거 신사업 추진단이 전략적으로 선택했던 사업들이 모두 성공은 거두지 못했지만 살아남은 사업들은 현재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삼성이 미래사업기회단을 통해 어떤 산업에 뛰어드느냐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할까

업계에서는 현재 삼성이 미래 사업으로 중점 추진 중인 바이오, 인공지능(AI), 전장사업 등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2021년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단행해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에서 주도적인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껏 M&A에서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번을 계기로 좀 더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삼성의 이번 미래사업기획단은 과거 삼성의 컨트롤 타워였던 '미래전략실'과는 궤가 다릅니다. 미래사업기획단은 미래전략실과 달리 신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즉 이재용 회장이 신사업을 바탕으로 현재 삼성이 직면하고 있는 불안정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내부적인 쇄신을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겁니다. 따라서 신사업이 선정되면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가 단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더불어 지금껏 삼성이 그래왔듯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사업을 선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이와 함께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이차전지와 바이오 사업 등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궁극적으로는 해당 분야의 시장을 압도적으로 선점할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조만간 진행될 미래사업기획단의 인적 구성과 향후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이 미래사업기획단을 출범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만으로는 조만간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14년 전 신사업추진단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처럼 삼성이 이번에는 어떤 신사업을 선택할지 무척 궁금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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