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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찰 피한 HMM 매각'…여전히 남은 변수들

  • 2023.11.25(토) 17:00

[워치인더스토리]
HMM 본입찰 마감…동원·하림 2파전
가격은 하림 우위…정성평가가 관건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눈높이를 낮춘 덕분에

관심을 모았던 HMM 매각이 거의 결승점에 도착한 듯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새 주인 선정 절차가 남아있지만 한때 유찰이 거론될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것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흘러가는 분위기입니다. HMM 매각이 예상외로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은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 매각가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기에 가능했습니다.

HMM의 매각 가격은 한때 최대 8조원까지 거론됐습니다. HMM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이 그만한 자금을 동원할 능력이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은 백방으로 자금 마련에 나섰습니다. 산은과 해진공은 업계와 시장의 이런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매각 예상 가격을 6조원대 초반으로 낮추면서 순조로운 매각 작업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당초 HMM 인수전에는 세 곳이 뛰어들었습니다. 동원그룹과 하림그룹, LX그룹이었습니다. 이 중 LX그룹은 막판까지 고심했습니다. 현재 해운 시황이 좋지 않은데다, 굳이 무리를 해서까지 HMM을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대외적으로 시그널을 낼 수 없었고 이 탓에 LX그룹이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장고(長考)를 거듭하던 LX그룹은 결국 지난 23일 마감한 HMM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동원과 하림이 이제 HMM 인수를 두고 진검 승부를 하게 됐습니다. 두 곳 모두 인수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가용한 모든 자금을 다 동원해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습니다. 인수 후 시너지에 대해서도 청사진을 그려둔 상태입니다. 이제 산은과 해진공의 결정만 남았습니다.

치열한 경쟁

통상적으로 HMM과 같은 대형 매물의 경우 인수전 참가자들의 막판 눈치싸움이 치열합니다. 상대가 가격을 얼마나 적어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물밑에서 다양한 정보전을 펼칩니다. 그래서 본입찰 마감일에는 매각 주간사에 인수전에 참가한 기업들의 실무진들이 대기하면서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경쟁을 펼칩니다. 본사에서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떨어질 때까지 실무진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인수 의향서 제출 직전에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2008년에 있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본입찰 마감 직전 포스코와 GS그룹의 컨소시엄이 결렬되면서 포스코도, GS그룹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실패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결렬 소식에 당시 매각 주간사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각 기업의 실무진들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그래픽=비즈워치

이번 HMM 매각 본입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원과 하림 모두 막판까지 가격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하림은 본입찰 마감 30분 전에, 동원은 10분 전에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습니다. 두 곳 모두 끝까지 심사숙고했다는 방증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하림이 동원 보다 인수 희망가를 조금 더 높게 써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단 하림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하림과 동원의 인수 희망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우선 협상대상자 선정에는 정성평가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정성평가에서 동원이 하림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번 HMM 인수전은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전력 투구했다

하림과 동원의 인수 희망가격 차이는 수백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원은 약 6조3000억원 가량을 적어냈다는 후문입니다. 동원은 이번 HMM 인수전에서 하림과 달리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을 잡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회사들의 프리IPO(상장 전 자금조달)와 보유 중인 부동산 유동화 등을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섰습니다. 산은이 평가요소 중 자기자본 비율에 높은 비중을 두겠다고 한 것에 대한 대응입니다.

반면 하림은 가용한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 다양한 경로로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함께 꾸려 자금을 수혈받았습니다. 더불어 호반그룹과 손도 잡았습니다. 이를 통해 하림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을 가져갔습니다. 가장 명확한 차별 요소인 가격에서 우위를 점해 동원을 앞서겠다는 생각인 겁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업계에서는 누가 HMM의 새 주인이 될지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다만 공통적인 분위기는 "쉽게 가늠하기가 어렵다"입니다. 그만큼 동원과 하림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일 겁니다. 두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도 상이해 과연 산은과 해진공이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정공법을 택한 동원이냐, 공격적으로 나선 하림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동원의 경우 기업 문화가 차분히 계획을 세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HMM 인수전에서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반면 하림의 경우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공격적으로 접근한다. 이번 인수전에도 아마 모든 역량을 집중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산은이 매각 예정가격을 낮춘 것은 HMM을 빨리 매각하기 위해서입니다. 산은의 입장에서는 HMM을 하루라도 빨리 매각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따라서 산은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유찰'이었습니다. HMM 매각이 무산될 경우 산은은 물론 업계에 미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를 우려한 산은은 매각 예정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유찰을 피할 수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그럼에도 HMM의 매각 예정가는 여전히 높습니다. 동원과 하림 모두 6조3000억~6조4000억원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동원과 하림 모두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입니다. 여기에 해운 시황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HMM의 실적도 부진합니다. HMM을 인수한 후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칫하다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뿐만이 아닙니다. 산은과 해진공은 현재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HMM을 매각 한 이후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HMM을 인수한 곳과의 지분율 격차가 7%포인트로 줄어듭니다. 정부가 HMM의 2대 주주가 되는 셈입니다. 기껏 큰돈을 들여 인수했는데 정부의 입김이 여전히 작용한다면 HMM을 인수한 곳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은 아닐 겁니다.

이제 최종 관문만 남았습니다. 동원과 하림 두 곳 중 한 곳이 조만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겁니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곳은 이제 그동안 세워둔 계획에 따라 실제로 자금 융통에 나서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또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HMM 매각. 과연 누가 HMM의 새 주인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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