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인 키옥시아(전 도시바메모리)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 합병 관련 일본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에 SK하이닉스가 동의하도록 한국 정부가 미국·일본 당국자와 설득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4일 밝혔다.
이어 "SK하이닉스는 한국 정부의 압박이나 설득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잘못된 내용으로 인해 국내에서 인용 보도가 이어지고 있어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올 4월 반도체 부문 경영 통합 협상을 재개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 정부와 미국·일본 정부 관계자가 SK하이닉스를 설득했지만, 결국 찬성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키옥시아는 5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내는 등 경영 위기에 빠지자, 지난해 웨스턴디지털과의 반도체 경영 통합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의 반대로 경영통합 협상을 중단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4조원을 키옥시아에 투자했다. 이 중에는 의결권이 있는 전환사채 1조3000억원이 포함돼,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지분율은 15%다. SK하이닉스의 동의 없이는 키옥시아와 WD의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과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SK하이닉스를 둘러싼 각종 루머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일본 매체에서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에서 낸드플래시 생산시설 이용 제안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키옥시아가 SK하이닉스의 합병 동의를 구하기 위해 협업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이 역시 "제안을 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지켜내기 위해 키옥시아와 WD의 합병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웨스턴디지털은 전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 3위, 키옥시아는 4위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2위인 SK하이닉스를 앞서게 된다.
다만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을 동의하지 않지만, 협력 관계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취재진과 만나 합병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협력에 대해서는 언제든 오픈돼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