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야심작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 첫해부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선전했다.
주력 사업인 선박 부품·서비스 관련 AM(애프터마켓·사후 서비스) 사업 매출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조선업계는 노후 선박 증가와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가 맞물리며 선박 개조·보수 수요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같은 호재에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올해 매출 2조원 시대를 연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조선업 호황과 환경 규제 강화 속에서 AM·친환경 개조·디지털 솔루션을 삼각 축으로 삼아 성장 엔진을 가동한다는 전략이다.
노후 선박 늘수록 함박웃음
4일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1조7455억원, 영업이익은 271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1년 전보다 각각 22%, 34.8% 증가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치다. 순이익은 227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0.8% 늘어나며 안정적인 수익 창출 능력을 증명했다.
다만 4분기는 전 분기 대비 수익성이 다소 둔화됐다. 회사의 작년 4분기 매출은 463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659억원으로 전기 대비 21% 줄었다.
4분기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 HD현대마린솔루션 측은 "전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에 따른 기저효과와 제품 믹스 변화,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 반영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호실적은 주력 사업인 AM사업의 성장을 주도했다. 회사의 AM사업 매출은 2023년 대비 33% 증가했다. 최근 신조 선박 인도 물량이 증가하고 친환경 이중연료 엔진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유지·보수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것이 매출 상승과 수익성 제고로 이어진 것이다.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디지털 솔루션 사업 역시 전년 대비 매출이 13.5% 늘어나면서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
무엇보다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가 더욱 까다로워진 영향도 HD현대마린솔루션의 실적 확대에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탄소를 많이 내뿜는 노후 선박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장치(BWTS, EGCS)나 LNG 재기화 설비와 같은 친환경 개조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규제가 세질수록 AM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웃음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IMO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개조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지난해말 기준 친환경 개조 사업 수주 잔고는 132건으로, 2021년(113건) 대비 16.8% 증가했다. 회사가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선박 디지털 제어·플랫폼(SDV) 사업의 수주 잔고 역시 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김정혁 HD현대마린솔루션 경영지원부문장은 "현재 약 3000만 달러 규모의 친환경 솔루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70%가 올해 매출로 반영될 예정"이라며 "추가 수주가 이어질 경우 연간 매출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 확대와 기업가치 상승 기대
올해부터는 첫 분기배당도 실시한다. 향후 3년간 배당성향은 50~70%로 유지하며, 주당 배당금은 3000원으로 설정했다. 분기별로 약 800원 수준의 배당을 지급할 예정이며 추가적인 영업이익이 발생할 경우 결산 배당을 확대할 방침이다. 실적 성장에 따라 앞으로 배당도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실적이 예상대로 증가하면 주주 친화적인 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성장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올해 목표로 매출 2조556억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내걸었다. 선박 서비스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신호다.
HD현대마린솔루션 관계자는 "글로벌 신조 시장에서 친환경 선박 발주가 이어지며 선박 유지·보수 시장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해외 네트워크 확대와 디지털 솔루션의 고도화를 통해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