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한진·현대그룹 등 지난해 대규모 자구계획을 발표한 그룹들이 구조조정에 더욱 속도를 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26일 서울 여의도 우리투자증권빌딩에서 열린 '대규모 자구계획 발표 그룹의 최근 이슈와 전망' 세미나에서 "동부·한진·현대그룹 등 3개 그룹의 경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유동성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동부하이텍·동부메탈 지분매각과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등의 자산매각을 통해 6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3조원 이하로 줄이겠다는 자구안을 내놨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총 5조원을 확보하고, 현대그룹도 금융계열사 등을 팔아 3조3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기평은 이 가운데 동부그룹의 자구계획 성과가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등을 올해 3분기까지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매각방식 변동으로 대부분의 계획이 당초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이 올해 감당해야할 유동성 회사채가 각각 4500억원, 2700억원에 달해 서둘러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게 한기평의 분석이다.
현대그룹도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항만터미널 지분과 유가증권 매각 외에는 자구안 이행실적이 미미한 수준으로 지적됐다. 현대상선은 보유현금은 6200억원인데 비해 올해 갚아야할 단기성차입금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부채비율 유지조항(1000% 이하)을 지키지 못해 1조3300억원의 회사채를 조기에 갚아야할 가능성도 안고있다.
한진그룹의 경우 대한항공의 계열사 지원으로 다른 그룹에 비해 자구안 이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한진해운에 자금지원을 실시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 중 한진해운 유상증자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지원부담에 노출됨에 따라 대한항공의 재무부담이 높아지는 점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봉균 한기평 기업본부평가3실 팀장은 "자구계획과 유동성 위험이 직결된 지금은 등급조정 압력이 높은 상황"이라며 "실질적인 이행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즉각적인 등급조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