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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의 투자법?…연기금에 답 있다

  • 2021.09.02(목) 15:48

[큰손들의 주식쇼핑]②
매수여력 소진에 차익실현 나서
종목별 상황 맞게 투자판단해야

최근 국내 증시에 부상하고 있는 화두 중 하나는 수급 공백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올 들어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 보유량을 줄이는 와중에 외국인들의 팔자 행진도 하반기 들어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핵심 투자 주체의 매도 배경을 살펴보고 이 가운데에서도 사들이는 업종과 종목들을 찾아 투자 팁을 얻고자 한다.[편집자]

심화되는 국내 증시 수급 불균형의 한 축에는 기관투자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근래 증시 단기 조정 과정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부각됐지만 올해 기관의 누적 매도 규모는 이를 웃돈다. 증권가는 기관의 매도 배경을 두고 매수 여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관의 경우 투자 주체가 다양한 만큼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관의 전체적인 매매 현황에 주목하기보단 연기금이 꾸준히 사들이는 종목을 중심으로 관심을 가지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아울러 수급 통계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주가 동향 파악에 더 신경 쓰는 게 손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견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매도 규모 42조…강도는 약화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내 증시에서 총 42조523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30조2000억원을 매도한 외국인보다 12조3230억원을 더 내다 판 셈이다.

기관별 세부 현황을 살펴보면 같은 기간 연기금은 21조1410억원 가량의 물량을 쏟아냈고 사모펀드를 비롯해 투자신탁, 보험, 은행 등도 21조원 넘는 매도세를 합작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시간을 두고 이탈 강도가 약화되고 있는 점이다. 올해 월별 거래 실적을 보면 기관은 전체 매도액 중 50% 가까이 되는 20조원가량을 올해 1월에 집중적으로 팔아치운 뒤 2월부터 4월까지는 5조~6조원, 6월과 7월에는 3조원 대의 매도세를 나타내며 그 규모를 줄여나갔다. 

단 이런 현상이 추세적인 매매 포지션 변화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기관은 1조5000억원 가량의 반짝 순매수세를 기록한 이후 바로 다음 달 이보다 두 배 넘는 물량을 정리한 바 있다.

매수여력 소진에 차익실현까지

올해 기관투자자들의 전체 매도액 가운데 약 50%는 연기금으로부터 나왔다. 연기금의 '팔자' 기조는 어느새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여러 연기금 가운데 구매력이 가장 큰 주체는 국민연금이다.

계속되는 매도세에 개인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커지면서 국민연금은 지난 4월 국내 주식을 담을 수 있는 전략적 자산배분 범위를 19.8%로 기존보다 1%포인트 확대했다. 그럼에도 매도 기조를 이어가는 데는 매수 여력이 고갈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 이후에도 매매 패턴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매수 여력이 소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국내 주식을 담을 수 있는 연기금의 장바구니가 포화 상태에 달해 이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기관들의 투자 원천 자체가 메말라 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이 심화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등 투자신탁업권이 매매 태도를 바꾸기 힘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관 입장에서 리밸런싱 같은 수급적인 이벤트를 제외하고도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며 "매수 원천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관이 매수세로 전환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고, 이를 오롯이 개인투자자 자금으로 소화해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과 관련해서는 복합적인 원인이 존재하지만 다량의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져 나온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있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차익실현 욕구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안지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9.9~11배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는데 올 초에는 14배까지 올랐다"며 "지수 밸류에이션과 레벨이 높은 수준을 형성했던 게 기관들의 차익실현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수급 통계보다 주변 상황 주목

증권가는 기관 수급이 투자 기준을 세우는데 유용할 수 있다면서도 특정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기관의 매수세가 꾸준한 업종과 종목에,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를 주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진우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기관, 그 중에서도 연기금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며 "상대적으로 대형주가 더 신뢰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단 통상 기관이 꾸준히 매집하는 종목의 경우 1~2년 정도의 기간을 목표로 삼아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당장의 성과를 바라는 투자자들에게 이런 수급적인 수치는 적절한 투자 지표가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현재까지 기관이 꾸준히 사들인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지난 2월 180억원의 매도세를 기록했던 것을 제외하면 매월 매수세를 보이며 약 8700억원가량을 사들였다. 

일각에선 개인투자자가 기관의 수급을 기반으로만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거래가 끝난 뒤 나오는 데이터이다 보니 종목별로 상황에 맞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광현 연구원은 "사실 외국인이나 기관이 개별 종목의 주식을 대량으로 선취매하면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며 "주가가 정점에 달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매매 패턴을 전환하면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낭패를 볼 수 있어 주변 상황을 살핀 후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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