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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시장조성 거래 논란…한국거래소 책임론 '가열'

  • 2021.09.09(목) 11:00

거래소가 시장조성대상 종목 선별 
증권업계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금융감독원이 시장조성 증권사 9곳에 대해 500억원에 가까운 대규모 과징금 부과를 통보한 가운데 시장조성제도를 운영하는 거래소를 둘러싼 책임 논란이 급부상하고 있다. 

거래소가 시장조성이 필요한 저유동성 종목 리스트를 구성하고 직접 증권사와 계약을 맺는 만큼 모니터링을 철저히 했어야 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운영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고유동성 종목'?…거래소가 선별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증권사가 거래소와 시장조성 계약을 맺은 전체 종목은 거래소가 1차로 선별한 종목이다.

앞서 금감원은 시장조성 증권사 9곳에 대해 총 4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사전 통보했다. 부과 사유는 '시장 교란' 혐의다. 금감원은 시장조성자 제도가 도입된 본래 취지는 '저유동성' 종목에 대한 시장조성자의 개입을 통해 거래를 원활하게 하도록 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거래가 오히려 '고유동성' 종목에 집중된데다 과도한 매수·매도·정정·취소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금감원이 고유동성 종목이라고 지적한 종목들은 거래소 측이 선제시한 종목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는 시장조성 증권사와 거래소 간의 시장조성 거래 계약 프로세스에서 확인 가능하다. 통상 시장조성 증권사와 거래소가 시장조성자 계약을 맺을 때는 거래소가 증권사들에 먼저 시장조성이 필요한 저유동성 종목(시장조성대상종목) 리스트를 제공한다. 증권사들은 이 종목 풀(Pool) 가운데서 일정 부문 위험 헤지가 가능한 종목을 선별해 거래소와 계약을 맺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당초 거래소가 시장조성 증권사들에 시장조성자 개입이 필요한 종목 리스트를 주면 증권사들은 이 리스트 내에서 종목을 선택해 호가 제출 등 유동성 공급에 나선다"며 "고유동성 항목에 대한 시장조성 행위가 이뤄졌다는 금감원 지적은 거래소가 1차로 선별한 시장조성대상종목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지 다짜고짜 증권사에 시장교란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조성자들은 거래소 규정상 시장조성호가 유지 의무를 지키기 위해 빈번하게 호가를 제출할 수밖에 없다"며 "거래소는 시장조성자를 대상으로 시장조성호가 유지 의무 이행 정도, 시장조성활동의 적극성 평가 등을 분기 단위로 한다"고 전했다.  

증권업계는 거래소가 시장조성 필요 종목에 대해 시장조성자의 중복 계약이 이뤄지는 것을 방치하는 점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거래소가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리스트 중 A 종목에 대해 B 증권사와 C 증권사가 별도로 시장조성계약을 맺으려고 하는 경우 두 증권사 모두와 개별 계약을 맺는 것이다. 이 경우 유동성이 불필요하게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제도 개선 선행돼야

증권업계는 과징금 부과에 앞서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합리하게 적용되는 현재 법체계와 규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거래소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시장조성 행위를 한 만큼 금감원과 거래소의 시장조성대상 종목 선정에 대한 적정성 기준이 다르다면 적절한 기준선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로선 거래소 규정을 따르면 위법이고, 자본시장법을 따르면 거래소 규정 위반이 되는 진퇴양난의 처지다.

실제 거래소는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시장조성 거래자들을 대상으로 자체 감리에 나선 결과 시장조성 거래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시세조종이 의심되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거래소는 이보다 앞서 시장조성자와 관련한 논란이 일자 저유동성 종목 중심의 제도 운영 방안을 내놨다. 올해 3월에는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는 대형주를 시장조성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해 적용 중이다. 

다만 지난 8일 기준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종목은 총 43개(코스피 42개, 코스닥 1개)로 국내 증시 전체 상장주식 수인 2579개의 1.6%에 불과하다. 사실상 일부 종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은 여전히 시장조성대상종목에 포함되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래소가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 편입 종목 등 고유동성 종목을 시장조성 종목으로 계약한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시장조성자 제도의 근본 취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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