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강초 긴축 신호탄에 국내 증시가 경기침체와 강달러라는 이중고에 갇혔다. 영국과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주요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악재가 터지며 원화 가치는 수직낙하했고 코스피는 갈 길을 잃었단 평가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방도가 없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의 스탠스가 바뀌기 전까지는 안전 지향적인 자산배분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기업들은 애가 탄다. 이미 '조 단위 대어'로 관심을 모았던 더블유씨피(WCP)는 상장 첫날 폭락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일단 이번이 두번째 상장 도전인 샤페론을 포함해 이번주에만 기업 3곳이 공모청약을 진행하고, 또 다른 4곳은 이전·변경상장 등으로 코스닥에 입성한다. 오랜만에 리츠도 등판한다.
"추가 조정도 불가피…성과 내기 어려운 장세"
지난주 코스피는 2150선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장중 기준으로는 2130선까지 밀렸다. 외국인투자자의 매도 폭탄에 더해 개인투자자의 '패닉셀링'(공포매도)이 나타나며 낙폭은 확대됐다. 개인이 지난주 내던진 코스피 주식은 4544억원에 이른다.
외국인의 팔자세는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지난주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 금액은 2652억원으로 전체 순매도 종목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경기침체 위기를 위시한 달러/원 환율 폭등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28일 달러/원 환율은 장중 1442.2원까지 올라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6일(1488.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화까지 '쇼크' 수준으로 폭락해 강달러가 더욱 심화됐다.
반전의 조짐은 없다. 때문에 이번주도 증시 양상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불안 요인이 쌓여간다는 점에서는 추가 조정도 불가피할 수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주가 멀티플을 압박할 텐데, 여기에 이익전망까지 하향되기 시작하면 지수가 현 수준에서 추세 반등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며 "급락에 의한 단기 기술적 반등을 제외하면 지수에 투자해서 고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완고한 긴축 의지를 바꾸지 않는 한 경기침체는 기정사실이고 주가 약세도 지속될 것"이라며 "반등 시도가 일부 나타나더라도 지속성 내지 신뢰도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우므로, 안전 지향적인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모가 최상단' 탑머티리얼·오에스피…파인엠텍 변경상장
이처럼 증시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있지만, IPO 시장은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흥행에 실패하고 상장 이후 '쓴맛'을 보는 기업들이 늘면서 옥석 가리기는 더욱 중요해졌다.
먼저 이주에는 핀텔과 플라즈맵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인공지능(AI) 영상분석 기업인 핀텔은 오는 4~5일 공모가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총 200만주를 신주로 발행하는데 공모가 희망범위는 주당 7500~8900원이다. 이에 따른 예상 시가총액은 855억~1015억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대신증권이다.
플라즈맵은 오는 5~6일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수술기기 저온멸균 및 임플란트 재생활성 솔루션 등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총 177만1000주의 신주를 모집한다. 공모가 희망범위는 주당 9000~1만1000원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1594억~1948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표 주관사로, 기술특례 상장 트랙으로 IPO를 진행해왔다.
공모청약은 이주 내내 진행될 정도로 풍성하다. 먼저 4~5일에는 탑머티리얼과 오에스피(OSP)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에 나선다. 2차전지 토탈 솔루션 기업인 탑머티리얼은 지난주 수요예측에서 45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범위(2만7000~3만원) 최상단인 3만원에 결정했다. 이로써 600억원의 자금 조달이 확정됐다. 상장 이후 시가총액은 2396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펫푸드 기업인 오에스피도 지난주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범위(6300~8400원) 최상단인 8400원으로 확정했다. 기관 경쟁률은 1582.84대 1로 나타났다. 전량 신주 발행으로 진행된 173억원을 조달하게 됐다. 상장 주관사는 대신증권이다.
오는 5~6일에는 감속기 제조기업인 에스비비테크가 청약을 실시한다. 일본산이 주류를 이루는 고정밀감속기 시장에서 하모닉 감속기를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양산한 회사다. 총 180만주를 공모하며 지난주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는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예상 시가총액은 600억~737억원이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뒤이어 6~7일에는 신약개발 바이오기업인 샤페론이 청약에 나선다. 역시 지난주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예상 시가총액은 1823억~2268억원으로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기업들의 증시 상장도 계속된다. 먼저 오는 5일 선바이오가 이전상장으로 코스닥에 합류한다. 7일에는 모델솔루션과 이노룰스, 파인엠텍이 나란히 코스닥에 입성한다.
파인엠텍은 기존 파인테크닉스의 정보기술(IT)부문이 분리된 신설회사로 변경상장에 해당한다. 앞서 파인테크닉스 IT부품 사업부 매출액이 2020년 1259억원에서 2021년 3830억원으로 204.1% 급증한 만큼,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묻어 나온다.
6일에는 KB스타리츠가 코스피에 상장한다. 다만 앞선 기관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경쟁률이 각각 26.19대 1, 2.06대 1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리츠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