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폭 하락했던 미국 증시가 이번주 소폭 반등하는 상황에서도 테슬라는 연이은 악재가 이어지며 낙폭을 키우고 있다. 발표된 차량 판매량 지표가 시장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서 급락한 주가는 트위터 인수 소식이 다시 들리며 회복하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가 부진해지는 달인 9월을 지나며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다음 주 발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에 따라 증시 향방이 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준의 기조를 살필 수 있는 지표에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저앉은 테슬라…다시 찾아온 저가 매수 기회?
지난 3일(현지 시각)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61% 하락한 242.40달러로 마감했다. 같은 날 뉴욕 3대 증시가 모두 상승세를 기록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날 전 거래일 대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59%, 나스닥지수는 2.27%,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66% 상승했다.
미 증시가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테슬라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올해 3분기 차량 판매량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올해 3분기 차량 판매량은 34만3830대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으나, 시장 예상치인 37만1000대에 못 미쳤다.
지난 2분기에도 공급망 악화와 중국 봉쇄로 인해 생산·판매 차질이 발생하며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는데, 3분기에도 기대치에 못 미치자 차량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에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일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리비안, 니콜라 등 미국 전기차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던 날에도 테슬라에는 악재가 이어지며 흐름을 함께하지 못했다. 이날 리비안과 니콜라의 주가는 각각 13.83%, 11.36%씩 상승한 반면 테슬라 주가는 2.9% 상승한 데 그쳤다.
테슬라 상승폭이 타 전기차 기업보다 낮았던 이유는 트위터 인수 재추진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장중 6% 넘게 급등하던 테슬라는 인수 재추진 소식이 전해진 후 급격한 매도세와 함께 상승분을 반납했다. 트위터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연이은 악재로 테슬라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주가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테슬라 주가가 8.6% 급락한 지난 3일 대량 매수에 나섰다. 캐시 우드가 운용하는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는 테슬라 10만8380주를 사들였으며 사들였으며, 다른 펀드인 아크 어토노머스 테크놀로지&로보틱스 ETF(ARKQ)는 2만3883주 매수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금리 상승, 경기 둔화와 같은 매크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테슬라 주식 변동성도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자금과 인적 차원 측면에서 경쟁 업체들이 약해지고 테슬라의 지배력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준에 달린 미국 증시 향방
역사적으로 9월에는 미국 주식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올해도 9월이 약세를 기록할 것인가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과 올해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모였으나, 결과적으로 올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S&P500지수는 8.6%, 나스닥지수는 9.1%,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8.3% 하락했다. S&P500지수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대 월간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이달 들어 가라앉은 미국 증시는 회복하기 시작했다. 10월 첫 거래일인 지난 3일 S&P500지수 구성 종목의 95%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3대 지수 모두 2% 이상 상승했다.
지난달 과도하게 하락한 주가로 인해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날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기도 했다.
앞으로 미국 증시는 연준의 통화정책에 달려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번 주 미 증시가 계속된 상승 흐름을 보이지 못한 이유로 연준 위원들의 공격적인 발언 영향이 컸던 만큼, 분위기 유지를 위해서는 연준의 정책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6일 미 증시는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 의해 1% 가량 하락했다.
이날 장 시작 전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끈질기게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금리 상승에 따라 글로벌 경제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연준 정책 기조를 변경하는 기준은 매우 높다고 주장해 지속적 금리인상 기조를 확인시켰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초 형성되고 있는 안도 분위기 배턴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추가로 연준의 통화 긴축 속도 조절이라는 기대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연준의 긴축정책 속도를 예상할 수 있는 가늠좌인 FOMC 회의록은 오는 12일, 미국 CPI는 오는 13일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