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실적 쇼크의 그림자가 뉴욕증시를 덮쳤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을 비롯해 애플,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줄줄이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놨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순식간에 8000억달러 가까이 증발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무려 1100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기업 실적 악화가 현실화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의 이목은 다음주에 열리는 미국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쏠리는 모습이다.
'쇼크' 또 '쇼크'…기술주 시총 8천억달러 증발
이번 주 뉴욕증시는 빅테크들의 실망스러운 성적에 울상을 지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파벳, 애플, 아마존, 메타, MS 등 5개 기술주의 시가총액은 한 주간 약 7700억달러 줄어들었다.
FT는 "거대 디지털 기업들의 어닝 쇼크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의 급격한 성장을 종료시키고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버틸 수 있으리란 희망을 좌절시켰다"고 평가했다.
우려하던 경기 침체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매출액은 플러스(+) 성장했했지만 비용 부담이 커지며 이익은 절반으로 줄었다.
아마존의 3분기 영업이익은 25억달러로 1년 전보다 48% 쪼그라들었다. 메타 역시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로 선방했으나 영업익과 순익이 반토막 났다. 이에 메타 주가는 실적 공개일 하루동안 24.6% 폭락하며 97.94달러를 기록했다. 메타 주가가 100달러 밑으로 내려간 건 6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실적 발표에 나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광고 수익이 저하되며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았다. MS의 경우엔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감소했다.
그나마 시가총액 1위 애플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3분기 매출과 순익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을 맡고 있는 아이폰 관련 매출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발목을 잡았다. 7~9월 아이폰 매출은 426억달러로 시장 전망치인 432억달러에 못 미쳤다. 이에 따라 애플 주가는 실적 발표일에 전일 대비 3.05% 빠졌다.
금리 인상과 강달러 등 거시경제 환경 악화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빅테크들의 실적이 낮아진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이들 주가가 단기간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며 "이는 빅테크 역시 인플레이션, 연준의 긴축 등 매크로발 불확실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FOMC에 쏠린 눈, 피봇 기대감 '쑥'
빅테크의 실적 부진으로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11월 1~2일에는 FOMC 정례회의가 개최된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의 4%대 진입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만일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4번째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3.00~3.25%에서 3.75~4.00%로 높아지게 된다.
다만 시장에선 연준의 정책 방향 전환(피봇)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11월 0.75%포인트 인상 확률은 당초 98%에서 현재 82%까지 내려왔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면서다.
최근 정부와 연준 인사들이 속도조절론을 언급하며 피봇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 감속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발언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파월 연준 의장에게 '기준금리 인상이 고용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FOMC 회의 종료 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눈길이 쏠린다. 임승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 때는 0.75%포인트 인상이 유력해 보인다"면서도 "FOMC 기자회견에서 피봇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온다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12월 열리는 FOMC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기 지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달 4일에는 10월 미국 고용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월가에서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 20만명, 실업률 3.6%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 고용지표는 고용 부진으로 해석된다"며 "12월 FOMC에서 연준의 피봇 기대감을 재차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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