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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추천서로 상장하는 'IPO 특례'…왜 보기 힘들까

  • 2024.11.18(월) 07:35

셀리버리 거래정지 등 주관사 책임론 불거지며 부담감 커져
올해부터 '사업모델 트랙'으로 바꼈지만, 겨우 1곳 나와
객관적 지표 제시 어려워 까다로운 심사…비선호 상장 방식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추천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입성하는 사례가 올해 처음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셀리버리를 시작으로 연간 5건 이상 나왔던 상장 방식이 2022년부터는 1건꼴로 줄어들었다.

증권사 추천에 기대는 방식인 만큼 공모 기업의 부진이 증권사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상장폐지를 목전에 둔 셀리버리뿐만 아니라 이미 앞서 상장한 기업의 공모가 대비 주가 수익률은 1개사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지넷은 지난 7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아이지넷은 보험 플랫폼 '보닥'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다. 기술특례상장 유형 가운데 하나인 사업모델 트랙을 통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와이랩이 이 방식으로 상장한 이후 약 1년 만이다.

기술특례상장은 혁신적인 기술이 있지만 아직 매출·이익이 부족한 기업의 상장을 위해 마련한 제도다. 전문평가기관이 기술력을 평가하는 '혁신기술 트랙'과 증권사가 사업성과 성장성을 평가하는 '사업모델 트랙' 두 가지로 나뉜다.

혁신기술 트랙은 2개의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각각 A등급, BBB등급 이상을 획득하면 기술력을 검증받아 상장에 나설 수 있다.

사업모델 트랙은 증권사가 기업에 대한 성장성과 사업성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를 통해 상장에 나서는 방식이다. 증권사가 사실상 보증을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상장 후 6개월 동안 주가가 부진하다면 공모가격의 90%로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투자자에게 의무 제공한다.

사업모델 트랙 상장은 지난해까지 성장성 추천 특례로 불렸으나 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 유형을 개편하면서 올해부터는 사업모델 특례로 바뀌었다.

사업모델 트랙 상장 방식은 지난 2018년 상장한 셀리버리가 처음이다. 이후 2019년 라닉스, 올리패스, 라파스, 신테카바이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2020년에는 제놀루션, 셀레믹스, 압타머사이언스, 이오플로우, 고바이오랩, 클리노믹스, 알체라가 같은 방식으로 상장했다. 2021년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삼영에스앤씨, 진시스템, 원티드랩도 같은 방식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사업모델 트랙(성장성 추천)으로 상장한 기업의 공모가 대비 주가 상황

이처럼 연간 5건 이상 사업모델 트랙 상장기업이 나왔으나 2022년부터는 종적을 감췄다. 2022년 선바이오, 2023년 와이랩 등 연간 1건의 기업만 겨우 나오는 방식이 된 것이다. 올해는 사업모델 트랙으로 이름이 바뀐 이후 아이지넷이 처음으로 도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업모델 트랙은 전문평가기관의 평가를 받는 혁신기술 트랙과 다르게 증권사가 직접 추천하는 방식인 만큼 부담감이 크다는 점에서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평가기관 등급을 받는 혁신기술 트랙과 다르게 사업모델 트랙은 증권사가 전면에 나서서 보장을 해주는 개념이라 부담감이 크다"며 "셀리버리처럼 사건·사고도 겪고 기존 상장사들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해당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첫 사례였던 셀리버리는 상장 당시 예상한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의 괴리가 점점 커졌으며, 재무상태도 점점 악화하면서 감사의견 거절로 매매가 정지된 상태다. 이러한 과정에서 주관사인 DB금융투자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셀리버리가 아니어도 같은 방법으로 상장한 기업의 주가 흐름도 처참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상장한 기업 중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제외하면 모두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장 절차가 복잡한 점도 사업모델 특례 상장 도전을 막는 요인이다. 상장을 심사하는 한국거래소 측에서도 사업모델 평가의 모호성으로 인해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어 다른 방식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많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혁신기술 트랙은 특허권이라든지 논문이라든지 명확하게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사업모델은 평가를 명확하게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사업모델은 시장 환경에 따라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에 주관사들이 혁신기술 트랙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업모델 트랙은 주관성이 많이 개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검증하는 절차가 굉장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며 "일정 수준의 매출과 이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반 상장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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