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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나비효과…개인·외인 모두 국채로 몰린다

  • 2023.03.30(목) 16:02

국채로 6.5조 자금 러시…개인, 은행채 매수금액 20%↓
전문가들 "국내은행 리스크 전이 없어도 투심엔 영향"

이번엔 국채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블랙홀이 된 채권시장에서 최근 국채 투자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물론이고 외국인투자자까지 합세했다.

은행채는 반대로 수요가 줄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이후 본격화된 양상이다.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우려한 투자자들의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래픽=비즈워치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SVB 파산 조짐이 가시화한 이달 10일 이후 개인은 8807억원가량(지난 28일 기준)의 국채를 순매수했다. 이는 전년 동기 약 180억원보다 무려 48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 약 7358억원 대비로도 2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외국인은 이 기간 국채만 약 5조6242억원 사들였다. 이 역시 이례적인 일로 작년 같은 기간 약 2조4990억원 및 지난달 동기 1조6768억원보다 각각 2.2배, 3.3배씩 뛴 수치다. 

반면 은행채 매수금액은 눈에 띄게 줄었다. SVB 사태 이후 은행채를 개인은 776억원, 외국인은 301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지난 1~2월 같은 기간 개인이 사들인 은행채 평균치인 982억원 대비 20%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이런 흐름은 거래대금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8조8908억원에 그친 외국인과 개인의 국채 거래금액은 이달 10일 이후 12조3276억원으로 40%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은행채 거래대금은 이 기간 2401억원에서 1234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채권은 만기일까지 발행주체인 국가나 공공기관, 기업 등이 망하지만 않으면 투자자가 원금과 이자(표면이자율)를 모두 가져가는 안전자산이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금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리 면에서 투자자에게는 민간이 발행하는 은행채가 국채 대비 유리한 이유다. 

그러나 SVB 사태 이후 국채와 은행채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해외 은행 리스크가 국내 은행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투자심리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이 파산할 위험은 물론 없지만, SVB 사태 이후 전개된 일련의 상황들이 은행권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흐르는 것 같다"며 "은행채 금리가 더 유리할텐데도 국채로 몰리는 것은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VB 파산과 CS 사태 등 글로벌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유동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며 "시스템 리스크의 확산까지는 아니어도 금리 변동성 확대 우려와 은행 리스크가 부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이 국채에 대한 상대적 매력도를 높이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자산배분 담당 연구원은 "SVB 파산 이후 채권이라도 다 같은 채권이 아니라는 점이 수급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채권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국채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졌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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