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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거래 철퇴법 국회 통과…부당이득 산정 여전히 물음표

  • 2023.06.30(금) 18:13

부당이득 최대 2배 과징금 부과 골자
형사처벌 외 효율적 제재 수단 마련 의의
피고인 소명책임 빠져, 시행령 주목

앞으로 주가조작 세력에 대해 형사처벌 외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부당이득 산정방식을 법으로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산정액의 최대 2배인 과징금을 물릴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지 3년 만에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다.  

다만, 과징금을 결정하는 부당이득 산정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시행령에서 피고인과 무관한 제3자 외부개입에 따른 주가 변동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5월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챔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김보라 기자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 중 부당이득 산정법 및 과징금 부과 법안이 통과됐다. 주요 내용은 △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범죄자에게 부당이득액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던 부당이득 산정방식을 법제화하고 자진신고자에 대해 제재를 감면하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개정안은 정부의 법률 공포 절차를 거쳐 2024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그간 불공정거래는 형사처벌 대상이이서 사실상 재판이 끝날 때까지 제재를 내리기 어려웠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불공정거래 처리기간은 심리 조사 11개월, 수사 13개월 재판 13개월로 평균 3년이 소요된다. 2016~2021년 기준 불공정거래로 고발, 통보된 사건 중 실제 기소된 건은 50%를 밑돈다.

특히 올 들어 8개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이어 이달 초에도 5개종목 폭락사태 등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보다 강한 처벌을 내려야한다는 인식이 커졌다. 이례적으로 이원석 검찰총장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불공정거래에 대해 형량이 낮고 처벌이 가벼워서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며 직접 부당이득 산정 법제화와 제재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이번 본회의 통과에 대해 "불공정거래의 주된 동기가 경제적 이익 획득임에도 이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며 "과징금이 도입됨으로써 불공정거래에 대해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경제적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형사 처벌만 가능했지만 행정적 제재가 가능해진 점에 대해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불공정거래는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일어나는 범죄이기 때문에 그러한 유인을 박탈함으로써 효율적인 제재수단이 될 수 있다"며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과징금 징계를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에 불공정거래를 제재하는데 시간 단축 등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과제도 남았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을 살펴보면 부당이득금은 거래로 인한 총수입에서 거래를 위한 총비용을 제외해 계산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피고인와 별개인 제3자의 개입에 따른 가격변동분을 '어떻게 반영할지', '어떤 방식으로 입증할지'는 법안에 담기지 않았다. 당초 금융위는 외부 개입으로 인한 변동분은 피의자의 소명책임을 부여했다. 피의자의 주가조작 행위 외 또 다른 요인이 있다면 이를 직접 증명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아닌 피고인에 입증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을 받아 삭제됐다. 

법조계에서는 다소 아쉬운 입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법원에서는 부당이득 산정에 엄격한 책임주의를 적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안 자구와 체계 검토를 담당하는 법원행정처는 산정방식에서 위반행위와 이득액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행정처가 국회에 제출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검사가 제3자 개입 등에 대해 입증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피의자가 소명에 실패할 경우, 단순히 총 수입에서 총 비용을 공제한 차액으로만 인정된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돼 자기책임 윈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기책임 원칙은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 결과가 어느 사람의 잘못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그 사람에게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는 내용이다.

결국 피고인 외 외부의 개입과 관련한 입증 책임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시행령이 주목을 받는다. 금융위와 검찰은 법 시행 전까지 △과징금 부과기준‧절차 △위반행위 유형별 부당이득의 구체적인 산정방식 △자진신고 시 과징금 감면 기준‧절차 등 내용이 담긴 시행령을 마련하기로 했다. 

성희활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증 책임 전환이 논란이 되면서 피의자의 소명책임이 최종안에서 빠졌는데, 단순차익방식만 적용될 경우 피고인이 본인이 저지른 행위를 넘어선 범위의 책임을 질 수 있어 위헌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어 "가급적 법원과 헌재에서 지적한 책임주의에 반하는 위헌성을 줄이는 쪽으로 산식을 다듬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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