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게임사의 아이템 확률조작 의혹과 관련해 칼을 빼들었다. 게임 이용자들의 민원이 줄을 이으면서 그라비티, 위메이드, 웹젠에 이어 엔씨소프트까지 현장조사에 나섰다. 이용자들의 민심을 달래고 공정위 조사에 대처하느라 게임사들은 진땀을 빼고 있다.
공정위, 대대적 현장조사 나서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과 관련해 대대적으로 모니터링에 나섰다. 지난달 그라비티, 위메이드, 웹젠을 비롯한 일부 게임사들은 공지사항을 통해 잘못된 아이템 확률정보를 정정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나이트 크로우', '뮤 아크엔젤'의 운영진은 공지사항을 통해 확률정보 오류를 발견했다고 자진신고했다.
게임사들은 아이템 확률정보 오류에는 고의성이 없고 어디까지나 실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게임 이용자들은 매출을 높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확률을 조작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지난주 그라비티, 위메이드에 이어 지난 22일 웹젠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들 게임사는 "공정위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임 이용자들이 공정위에 아이템 확률정보 조작과 관련한 민원을 다수 접수하면서 확률정보 조작과 관련된 조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들 게임사처럼 대대적인 확률정보 정정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마찬가지로 현장조사의 대상이 됐다.
공정위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리니지2M' 운영진이 비상식적인 수준의 능력을 가진 '슈퍼계정'으로 사행심을 부추겼다는 의혹과 더불어 타 게임사와 같은 확률형 아이템 조작 문제가 발생했는지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게임 내 아이템 확률정보 오류와 관련한 신고가 접수됐는지 묻는 질문에 "조사중인 건에 대해 답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반토막'
확률정보 정정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받은 게임사들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확률정보를 정정했다. 지난달 시행된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이들 게임사는 법 시행 전, 또는 시정 전 표기 오류를 자체적으로 공지했기 때문에 처벌대상은 아니다.
공정위 조사는 '고의성'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수 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확률을 잘못 표기했을 경우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의 아이템 확률정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면서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의 결정에 따른 후폭풍도 컸다. 메이플스토리 통계 사이트 '메애기'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 유니온 이용자수는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1월 4일 52만명에 육박했으나, 공정위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점차 하락세를 타고 지난 18일 기준 26만명으로 감소했다. '겨울방학 특수' 기간인 지난 2월 말 이미 37만명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용자들의 성난 민심을 가늠할 수 있다.
메이플스토리는 공정위 징계 후 매출의 30%를 차지하던 확률형 아이템 '큐브' 판매를 중단했다. 넥슨이 공개한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최대 27%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먼 에러' 줄이려 R&D 안간힘
공정위가 대대적인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고의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확률정보 표기 의무화 전부터 우려했던 일이고, 확률정보를 사람이 직접 업데이트하면서 나오는 실수"라면서 "실시간으로 바뀌는 정보를 전부 업데이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게임사들은 '휴먼 에러(사람의 실수)'를 줄이기 위한 확률정보 공개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넷마블은 확률정보 오류를 줄이기 위해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시스템이 자동으로 게임서버에 입력된 수치를 직접 호출하는 방식을 적용 중이다. 이는 '아스달 연대기'를 비롯한 신작뿐만 아니라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신의 탑: 새로운 세계'를 비롯한 기존 서비스 게임에서 대부분 확인할 수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시스템 개발을 위해 인력도 다수 충원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도 실시간으로 게임 내에서 확률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상반기 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