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정상적으로 경영상 필요에 의해 SM엔터 주식을 매수했으며, 이를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이 구성한 것이 기소의 본질이라고도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11일 오후 2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위원장 등 카카오 전·현직 임직원 4명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수의 대신 남색 정장을 입고 재판정에 들어섰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도 차례대로 자리했다.
검찰 "김 위원장, 원아시아와 공모"
검찰은 김 위원장의 주도 하에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SM엔터 주가를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지난해 2월 총 3일간 363회에 걸쳐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수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카카오는 당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O(기업공개)를 위해 SM엔터 인수를 계획했다. 배재현 카카오 전 투자총괄대표와 신규 전환사채(CB) 인수계약을 체결, 신주·전환사채 인수 방식으로 SM지분의 9.05%를 취득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수만 전 SM엔터 대표가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SM엔터 경영권 관련 지분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경쟁자로 나선 하이브는 SM엔터 지분을 주당 12만원에 최대 25%까지 공개매수한다고 금융위원회에 신고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이를 저지할 방법을 강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를 대비하고, 카카오 그룹의 문어발 확장으로 인한 계열사 확대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검찰은 또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카카오와 특수관계라고 보고, SM엔터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주식 대량 보유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범수측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아"
김 위원장 측은 정당한 경영활동의 일환이라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타 기업의 공개매수 중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합리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공개매수 중 장내매수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인위적인 시세조종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주가조작에 대한 공모 인식이 전혀 없었다고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주식매수와 관련해 공모는 물론 누구와도 상의한 바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엔터 지분을 매입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고, 공소장에도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주식 대량 보유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공동보유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이 원아시아파트너스의 SM엔터 주식 매수에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고, 원아시아파트너가 카카오와 공동 거래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도 봤다.
한편 이날 공판을 마치고 나온 홍 전 대표는 시세조종이 아니라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는 근거가 무엇인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재판부는 다음달 8일 오후 3시를 공판준비기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