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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시대 저물까…떠오르는 비만약 트렌드는

  • 2024.05.21(화) 07:50

젭바운드, 1분기 매출액 7000억원
글로벌제약사, 다중표적 비만약 개발↑
국내는 한미약품 선두...프로젠 등 뒤따라

비만약 개발 트렌드가 식욕 억제 기능을 하는 두 개 이상의 호르몬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다중표적 약물'로 옮겨가는 추세다. 단일 표적약물과 비교해 체중감소 효과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고혈압 등의 비만 관련 질환을 함께 예방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비만 신약 '젭바운드(성분명 티제파타이드)'는 올해 1분기 매출액 5억1740만 달러(7000억원)를 기록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12월 출시한 젭바운드가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액을 기록하며 연간 실적 전망치를 20억달러(2조7000억원) 상향 조정했다.

젭바운드는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장호르몬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과 GIP(글루코스 의존성 인슐린 자극 폴리펩타이드)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원리의 비만약이다.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는 최근 젭바운드와 같이 GLP-1과 GIP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비만신약 후보물질인 'CT-388'의 임상 1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CT-388은 임상 참여환자 85%가 10% 이상의 체중감량 효과를 나타냈고 이 결과를 공개한 지난 16일 로슈의 주가는 2022년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로 비만치료제 개발 붐을 일으킨 덴마크계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GIP가 아닌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인 '카그릴린타이드'를 위고비 성분과 섞은 다중표적제인 '카그리세마'를 개발하고 있다. 아밀린 호르몬은 위에서 음식물이 천천히 배출되도록 하는 원리로 체중감소를 유도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처럼 두 개 이상의 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하는 비만약을 개발하는 이유는 단일표적 약물과 비교해 체중감소 효과가 더 세고 당뇨병, 고혈압 등의 비만 관련 질환을 함께 예방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라이릴리는 비만이나 과체중인 성인을 대상으로 젭바운드를 투여한 임상 3상 시험에서 72주 후 환자들의 체중이 평균 21% 감소한 결과를 확인했다. GLP-1 수용체만을 자극하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68주간 진행한 임상 3상 시험에서 이보다 낮은 14.9%의 체중감량 효과를 낸 바 있다.

게다가 젭바운드는 여러 임상시험에서 체중감소뿐만 아니라 심부전, 비알코올성 지방간염(MASH) 등의 질환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LP-1과 GIP 호르몬이 혈액 내에 존재하는 중성 지방 수치를 낮추고, 간으로 가는 지방축적을 줄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중표적 원리로 개발한 비만신약이 임상에서 우수한 효능을 나타내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이와 비슷한 원리의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한미약품으로 GLP-1, GIP뿐만 아니라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삼중표적 비만약인 'HM15275'을 현재 개발 중이다. 기존 GLP-1, GIP 이중타깃 비만약과 달리 글루카곤 수용체 자극으로 체중감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근육손실을 최소화한 특징을 갖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달 말 미국에서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ADA 2024)에서 이 약물의 전임상 연구 결과 등을 첫 발표할 예정이다. HM15275는 최근 미 FDA로부터 임상 1상 시험신청에서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또 다른 국내 제약사인 프로젠은 GLP-1과 GLP-2에 동시에 작용하는 비만신약의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GLP-2는 주로 장 점막의 건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여러 연구에서 체중감소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글로벌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약 시장 규모는 2024년 148억3000만 달러(20조1100억원)에서 연평균 31.5%씩 성장해 2030년 772억4000만 달러(104조7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리작용을 잘 조절하면 체중감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등에서 효과를 낼 수 있어 다중표적 비만약을 개발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두 개 이상의 수용체를 어떻게 적절하게 자극하느냐가 각 제약사만이 가진 노하우로 향후 중요한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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