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3 "액티브시니어에 멍석깔아드립니다"

  • 2017.06.07(수) 11:10

사회적책임, 길을 묻다..좋은 일자리에 기여하라
유한킴벌리, 시니어 제품-일자리 선순환 지원..32개 소기업 육성
"시니어는 복지대상이자 경제주체"

"요양시설도 필요하지만 자택에서 활동적으로 살아가는 시니어들을 위한 일자리가 중요합니다. 저희는 '액티브시니어'에 방점을 두고 CSV(공유가치창출) 사업을 전개해나가고 있는데요. 시니어 일자리를 늘리고 일터에 나가는 시니어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는 일입니다. 통상 돈되는 사업과 사회공헌활동을 구분하지만 둘이 병행되는 선순환 구조속에서야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습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화상교육을 하는 소기업 세이글로벌을 방문취재하고 유한킴벌리를 찾았다. 세이글로벌이 은퇴 시니어튜터들의 새로운 일터가 되기까지는 대기업인 유한킴벌리의 지원이 힘이 됐다.


유한킴벌리는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시니어 중심의 CSV사업을 추진해왔다. 사업은 크게 두갈래. 일자리 만들기(소셜 밸류)와 시니어를 위한 제품 생산·판매(비즈니스 밸류)다. 세이글로벌은 유한킴벌리가 일자리 만들기 차원에서 시작한 시니어산업 소기업 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원을 제공한 기업이다.

CSV 사업은 시니어가 젊은시절 못지 않게 활동적으로 일하면서 주체적인 소비자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시니어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판매하면서 이 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관련 소기업도 육성한다. 이를 통해 시니어들이 기존 직장에서 은퇴한 시니어들이 이후에도 좋은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선순환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2012년 유한킴벌리의 초대 CSV 사무국장을 맡은 손승우 커뮤니케이션본부장으로부터 시니어를 중심으로 한 CSV에 대해 들었다. 

"사회문제에 깊숙히 파고들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CSV의 본질입니다. 쌀 배달과 같은 단기적인 사회공헌활동인 CSR과 CSV가 구분되는 지점이죠. 이윤이 없다면 할 수 없는 CSR과 달리 CSV는 그 자체로 이윤을 추구하는 활동인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입니다."

#[유한킴벌리]에서 공유가치창출(CSV) 사업국은 사회공헌활동팀과 별도로 커뮤니케이션본부에 소속돼 있다. CSV를 실제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사업이 주가 되는 유한킴벌리의 CSV는 신체능력이 떨어진 시니어들의 니즈를 반영한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이 시장에서 시니어들이 공급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손 국장은 시니어 CSV 사업을 관통하는 3가지 키워드로 ▲편의성 증진 ▲인식 개선 ▲네트워킹을 꼽았다. 먼저 비즈니스 차원에서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들의 생활 편의성을 증진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이들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돋보기부터 무인자동차까지 시니어 관련 용품은 다양하지만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유한킴벌리의 경우 요실금 언더웨어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 유한킴벌리 디펜드 스타일 언더웨어 광고.

"어르신용 기저귀라는 컨셉트로 기획한 아이템을 2011년 CSV 출범을 앞두고 한 스터디 이후 언더웨어 컨셉트로 바꿨어요. 요실금은 일상적으로 불편한 증상임에도 기저귀라는 이미지 때문에 구매를 꺼리는 어르신들이 많아 거부감을 줄이는 데 주력한 것이죠."

돋보기, 지팡이 등 시니어들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지만 창피함 때문에 드러내놓고 사용을 꺼리는 용품들이 적지 않다. 유한킴벌리는 시니어들이 부끄러움 없이 요실금용 패드를 구매하도록 하자는 데 우선 집중했다. 이러한 인식개선으로 요실금용 패드 사용 문화가 장착되면 이를 활용하는 시니어들의 생활도 보다 윤택하게 바뀌리라는 기대에서다.

요실금으로 인해 외부활동의 제약을 받는 시니어들이 디펜드 스타일 언더웨어를 착용하고 당당하게 외출하고 나아가 일을 계속해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유한킴벌리는 요실금용 패드의 사이즈 표기 방법을 S·M·L 등으로 바꾸고 매대 위치도 유아용품 구역에서 여성용품이나 독립된 시니어용품 쪽으로 바꿔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게 됩니다. 산업화를 일궈내고 외환위기를 극복해낸 귀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은 은퇴와 동시에 활동 기반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죠. 은퇴 후에도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드리는데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시니어용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소셜 차원에서는 액티브시니어 네트워킹에 집중하고 있다. 50대 중반을 기점으로 기존 직장에서 은퇴하는 시니어들이 그간 쌓은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위해 유한킴벌리가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CSV 사업이 시니어산업 소기업 육성이다. 현재까지 32개의 소기업이 지원을 받았으며 대표적인 기업이 세이글로벌과 이플루비 등이다. 

세이글로벌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에 시니어튜터를 육성,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플루비의 경우 쥬얼리 돋보기를 제작·판매하는 업체다. 돋보기를 목걸이 등으로 만들어 거부감을 줄였다. 이플루비 대표이사의 어머니이자 본인 스스로 디자이너 출신인 그가 직접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 시니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 유한킴벌리 지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세이글로벌에서 시니어 튜터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사진/세이글로벌

"액티브시니어들은 복지사업의 대상만이 아니라 경제주체이기도 합니다. 64세 이상을 비생산인구로 묶어두는 것도 이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고령화에 대응하는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지속가능하려면 저희와 같은 기업들이 만든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시너지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관협력의 좋은 선례는 이런 게 아닐까요. 공유 가치에는 정부와 민간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