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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김용준의 골프 규칙]⑦눈과 얼음 그리고 서리 1

  • 2019.12.19(목) 08:00

[골프워치]
바닥에 쌓인 눈은 루스 임페디먼트이거나 일시적 고인 물
눈 치우고 칠 수도 있고 볼을 옮기고 칠 수도 있어

[시시콜콜]은 김용준 골프 전문위원이 풀어가는 골프 규칙 이야기다. 김 위원은 현재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골퍼이자 경기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경기위원 교육과정 '타스(TARS, Tournament Administrators and Refree's School)'의 최종단계인 '레벨3'를 최우수 성적으로 수료한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김 위원이 맛깔 나게 풀어갈 [시시콜콜]은 매주 한 차례씩 독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겨울에도 골프를 치는 독자는 손을 들어보기 바란다? 국내에서 말이다. 따뜻한 나라에 가서 치는 것 말고. 눈이 쌓여있어도 친다고? 진정한 ‘골프 마니아’다. 웬만하면 겨울에는 안 친다고? 이미 골프 삼매경을 지나 이제는 제철에만 즐기는 ‘관록 있는’ 골퍼일 확률이 높다. 아니면 골프 ‘참맛’을 아직 모르거나. 흐흐. 뱁새 김용준 프로 너는 어떠냐고? 뱁새는 당연히 겨울에도 친다. 설마 안 치겠는가? 골프에 ‘미쳐’ 사업도 때려 치우고 프로 골퍼 길로 나선 자인데.

지난 주말에도 눈이 군데군데 쌓인 경기도 북부 골프장에서 라운드 했다. 그것도 이른 시간인 아침 8시 티 오프. 볼이 눈 위에 멈춰 설 때가 많았다. 퍼팅 그린 위에 얼음조각도 흔했고.

이렇게 코스에 눈이 있을 때 적용하는 골프 규칙을 따져봤더니 은근히 재미가 있다. 그래서 ‘시시콜콜’에 다룬다.

맨 먼저 눈이 내려서 도저히 경기를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그날 경기는 취소다. 폭우나 태풍이 부는 날과 마찬가지다.

눈이 쌓였는데 그대로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면 어떻게 규칙을 적용할까? 가장 흔한 경우부터 따져 보자. 눈 위에 볼이 멈추면 어떻게 쳐야 할까? 그냥 쳐도 되냐고? 그냥 쳐도 된다. 볼 주인이 구제 안 받고 그냥 치겠다는데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보통이라면 볼 주위에 있는 눈을 치우고 칠 것이다. 아니면 볼을 집어 올려서 눈이 없는 자리를 찾아 내려 놓고 치거나.

볼 옆에 있는 눈을 치우다가 볼이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 퍼팅 그린이나 티잉 구역에 볼이 있는 상황이면? 아무 문제 없다. 다시 제자리에 돌려 놓고 플레이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일반 구역’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원칙만 따지면 ‘눈을 치우다 볼이 움직여도 벌타’다. 원칙만 따지면 그렇다는 얘기다.

앗, 너무 야박한 것 아니냐고? 눈 때문에 볼 치기가 곤란해서 치우려다 볼이 움직였는데 벌타라니? 지금 공식 대회 얘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눈에 대한 처리를 추가 로컬 룰로 정하지 않았을 경우에만 해당하는 얘기를.

코스에 눈이 쌓였다면 위원회가 추가 로컬 룰을 마련하기 마련이다. 눈더미 있는 곳을 아예 ‘수리지’로 정하거나 ‘프리퍼드 라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면 눈을 치우다가 볼 움직일까 봐 걱정할 이유가 없다.

친선 라운드라면? 걱정도 팔자다. 관대하게 정하면 된다. 다만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 ‘팀 룰’을 정하면 더 좋다. 함께 플레이 하는 골퍼끼리 정하는 것이 팀 룰이다. 팀 룰은 로컬 룰보다 우선한다.

다시 추가 로컬 룰이 없는 공식 경기를 따져 보자. 눈을 치우다 볼이 움직이면 벌타인 경우 말이다. 그러면 할 수 없이 눈을 못 치우고 그냥 쳐야 하느냐고? 그건 아니다. 눈이 없는 곳으로 볼을 옮겨서 치는 옵션을 선택하면 된다. 물론 무벌타로. 이 때는 어떤 구제 방법을 택할 지 미리 정해야 한다. ‘눈을 치울 것인지’ 아니면 ‘볼을 집어 올려서 눈 없는 곳에 내려 놓고 칠 것인지’ 가운데 하나를 말이다.

눈을 치우려다 보니 볼이 움직일 것 같으니 도중에 마음을 고쳐 먹어도 되냐고? 물론이다. 가능하다. 다만 눈을 치우다 볼이 일단 움직여버리면 이미 늦는다. 볼이 움직이기 전이라면 언제든 다른 옵션으로 바꿀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옵션이 가능하냐고? 그것은 골프 규칙에서 ‘눈을 무엇으로 보느냐’ 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골프 규칙에서 눈은 기본적으로 ‘루스 임페디먼트’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일시적으로 고인 물(Temporary Water)’로 보기도 한다. 바로 눈이 바닥에 있을 때 그렇다. 눈이 바닥에 있으면 루스 임페디먼트 일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고인 물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나뭇가지에 있는 눈은 루스 페디먼트로만 보고.

‘일시적으로 고인 물’은 ‘비정상적 코스 상태’에 속한다. 비가 많이 와서 코스 곳곳에  ‘철벅 철벅’ 물이 고인 것과 같은 상황으로 치는 것이다. 그러니 그 상태로부터 벌타 없이 볼을 구제 받고 옮겨서 칠 수 있다.

그렇다면 코스에 있는 얼음은 어떻게 되느냐고? 이른 겨울 아침 퍼팅 그린에 낀 서리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면 좋은 독자다.

‘눈과 얼음 그리고 서리에 관한 규칙 2’은 다음편에 이어진다.

p.s 뱁새가 한 주제로 우려 먹는 것 아니냐고? 설마!

분량이 너무 길면 독자가 따분해 할까 봐 그런 것이다.

절대 원고료를 많이 받으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김용준 골프전문위원(KPGA 경기위원 &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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