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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김용준의 골프 규칙]⑤벙커에서 모래에 클럽 대도 된다고?

  • 2019.12.05(목) 08:00

[골프워치]
벙커 모래에 클럽 헤드 대면 반칙
손으로 모래 테스트 해도 규칙 위반

동해안 해수욕장이다. 바닷물은 눈에 안 들어오고 모래사장이 거대한 벙커로 보인다면 진정한 골퍼다. 한 술 더 떠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벙커샷을 연습해 본 적이 있다면 나와 같은 부류다. 벙커샷을 할 때 클럽 헤드를 모래에 대면 안 된다. 규칙 위반이다.

 

[시시콜콜]은 김용준 골프 전문위원이 풀어가는 골프 규칙 이야기다. 김 위원은 현재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골퍼이자 경기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경기위원 교육과정 '타스(TARS, Tournament Administrators and Refree's School)'의 최종단계인 '레벨3'를 최우수 성적으로 수료한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김 위원이 맛깔나게 풀어갈 [시시콜콜]은 매주 한 차례씩 독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미신’이 떠돌아 다닌다.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그 미신을 믿는 골퍼를. ‘사실이 아니다’고 정색을 하고 말해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분명 ‘그렇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벙커에서 모래에 클럽을 대도 된다’고 말이다. 옆에서 ‘이 분이 명색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경기위원이야’라고 알려주면 그제서야 ‘아 그래요?’라고 겨우 수긍하는 눈치다. 흠. 슬쩍 돌려서 자랑하는 모양새라니! 아무튼 자주 있는 일이다. 놀라운 일은 이 미신을 믿는 사람 중에 프로 골퍼도 있다는 사실이다. 진짜 있냐고? 진짜 있다.

혹시 독자가 헷갈릴까 봐 결론부터 말한다. ‘벙커에서 클럽을 모래에 대면 안 된다’. 볼을 스트로크 하기 전에 클럽을 모래에 대면 규칙 위반이다. 벙커에서 셋업 하면서 볼 뒤 모래에 클럽 헤드를 내려놓으면 반칙이라는 얘기다. 백스윙 하면서 클럽 헤드로 볼 뒤 모래를 걷어내는 것은? 그것도 마찬가지로 규칙 위반이다.

왜 그러냐고?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라이(볼이 놓인 상태)를 개선하기 때문에 반칙이다. 안 그렇겠는가? 이 규칙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헤드로 ‘슬쩍’ 모래를 눌러서 벙커샷 하기 더 쉽게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것 조금 건드린다고 벙커샷이 더 쉬워지냐고? 벙커샷은 어떻게 하든지 여전히 어렵다고? 서운하게 들려도 할 수 없다. 이렇게 되묻는다면 아직 갈 길이 먼 골퍼다. 벙커샷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아차! 무슨 애기를 하고 있었더라? 그렇지. 규칙 이야기 중이다.

두번째 이유는 모래 상태를 테스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상급 골퍼라면 모를 리 없다. 모래 종류나 상태에 따라 벙커샷이 조금씩 달라야 한다는 것을. 클럽 헤드를 모래에 내려놓을 수 있게 허용 한다면? 모래 속을 살살 파서 그 상태를 볼 수 있을 것 아닌가? 이렇게 하면 이미 골프가 아니다.

말 나온 김에 비슷한 상황도 따져 보자. 손으로 모래를 만져서 모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이것도 안 된다. 고무래로 모래를 테스트 하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규칙 위반이다.

어? 고무래로 모래를 골라도 문제 없다고 들었다고? 맞다. 그건 예외다. 물론 볼과 상관 없는 곳에 있는 발자국을 정리할 때만 그렇다. ‘코스 보호’ 차원이라 예외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볼 바로 근처를 정리하는 척 하면서 모래 상태를 테스트 하면? 꽤 그럴싸한 꾀를 낸 것이다. 그러나 엄연히 반칙이다.

다른 플레이어가 샷 하기 기다리는 동안 클럽을 모레에 꽂고 기대어 있다면? 요건 헷갈릴 것이다. 한 번 맞혀 보기 바란다. ‘반칙’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는 1번. ‘반칙이 아니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2번을 고르면 된다. 10, 9, 8, 7, 6, 5, 4, 3, 2, 1. 자, 정답은? ‘2번’이다. 맞냐고? 맞다.

벙커에서 모래를 ‘탁탁’ 치는 연습 스윙은 가능한 것 아니냐고? 절대 안 된다. 셋업 할 때 클럽 헤드가 모래에 닿아도 안 되는데 설마 연습 스윙이 되겠는가? 반칙이다.

반칙이면 ‘벌타는 어떻게 되는지’도 알고 넘어가자. 몇 벌타일까? 그렇다. 2벌타다. 모래를 치는 연습 스윙을 서너 번 했다면 몇 벌타냐고? 한 번 할 때마다 2벌타씩이냐고? 그건 아니다. 모르고 그랬다면 총 2벌타다. 그런데 ‘벙커샷 연습 하면 안 된다’고 지적을 받은 뒤에도 또 하면 그 때는 추가로 2벌타가 붙는다. 몇 번이나 알려줬는데도 계속 연습 스윙을 한다면? 이건 벌타 문제가 아니다. 다음에는 초대하지 마라. 고집도 피울 일에 피워야지.

왜 이런 미신이 돌아다니게 됐을까? 벙커에서 모래에 클럽을 대도 된다는 미신이. 2019년에 골프 규칙이 대대적으로 바뀌었다. 개정 예고는 2018년에 했고. 그 때가 문제였다. 몇몇 언론이 벙커에서 모래에 클럽을 대도 되도록 바뀌었다고 성급하게 보도한 것이다. 그 뒤로 정정했지만 이미 퍼진 미신이 여전히 살아 남은 것이리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 아니다. 벙커에서 골프 규칙은 여전히 엄격하다. 아무리 관대한 사람과 라운드 한다고 해도 이것만은 꼭 지켜야 멋진 골퍼다.

김용준 골프전문위원(더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 KPGA 경기위원 &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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