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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김용준의 골프 규칙]④프리퍼드 라이

  • 2019.11.28(목) 08:00

[골프워치]
코스 상태 안 좋을 때 적용하는 로컬 룰 '프리퍼드 라이'
마크하고 집어올려 좋은 자리에 내려놓고 칠 수 있어

디봇에 빠진 볼을 빼놓고 치는 규칙은 얼핏 보면 찾기 어렵다. 로컬 룰 '프리퍼드 라이'에 나와 있다. 친선 경기라면 라운드 시작 전에 이 규칙을 채택하면 다툴 일도 없다. 명색이 경기위원인 나는 그제 미리 이 규칙을 정하지 않고 라운드 하다가 디봇에 빠진 볼 때문에 애를 먹었다. 디봇에 빠지면 용 빼는 재주 없다. 볼을 잘 쳐내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시시콜콜]은 김용준 골프 전문위원이 풀어가는 골프 규칙 이야기다. 김 위원은 현재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골퍼이자 경기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경기위원 교육과정 '타스(TARS, Tournament Administrators and Refree's School)'의 최종단계인 '레벨3'를 최우수 성적으로 수료한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김 위원이 맛깔나게 풀어갈 [시시콜콜]은 매주 한 차례씩 독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디봇에 있는 볼 빼놓고 쳐도 되죠?’’

라운드 때 안 듣고 넘어간 적이 없다시피 한 질문이다. 물론 레크리에이션 플레이어와 함께 하는 친선 라운드 때 얘기다.

이 물음에 토를 달지 않고 ‘된다’고 말해줄 수 있는 계절이 왔다. 잔디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아서 디봇이 복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며칠만 지나도 잔디가 돋아 디봇을 메우는 제철이라면 ‘안 된다’고 말하곤 하는 나다. 그런데 새 봄이 와서도 한참 지나기 전까지는 도리가 없다. 디봇에 빠지는 게 어디 한 두 번이어야 규칙을 따지지.

얼핏 보면 골프 규칙책에 ‘디봇에 들어간 볼을 꺼내놓고 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골프 규칙 1~24조만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무슨 근거로 꺼내 놓고 치는 것이냐고? 아무리 잔디 상태가 안 좋은 계절이라도 반칙 아니냐고?

반칙 아니다. 로컬 룰로 정하기만 한다면. 바로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s)’라는 로컬 룰을 적용하면 된다.

프리퍼드 라이는 ‘볼을 더 나은 자리로 옮겨 놓고 칠 수 있게 허용’하는 규칙이다. 물론 아무 때나 쓰는 규칙은 아니다. 코스 상태가 심하게 안 좋을 때 주로 채택한다. 비가 많이 와서 코스가 흠뻑 젖어 플레이 하기 곤란할 때 쓰면 딱이다. 요즘처럼 잔디가 사그라져 곳곳에 흙 바닥이 드러난 계절에도 좋고. 이 '프리퍼드 라이'를 로컬 룰로 채택하면 디봇에 빠진 볼도 꺼내서 가까이에 내려놓고 칠 수 있는 것이다.

공식 대회 때도 쓰냐고? 이따금 한 번씩 쓴다. 경기위원회가 판단할 때 이건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공지한다. ‘오늘 라운드에는 프리퍼드 라이를 채택한다’고. 사나흘짜리 시합이면 날마다 조건이 다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어제는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했는데 오늘은 안 할 수도 있다. 그 사이 날씨가 좋아서 코스가 잘 말라 프리퍼드 라이를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판단할 경우다. 어제와 오늘 로컬 룰이 다른 줄도 모르고 있다고 손해를 보기도 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프리퍼드 라이가 가능할 줄 알고 볼을 집어 들어 좋은 자리에 놓고 쳤다가 벌타를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는 것이다.

친선 경기라면? 경기 시작 전에 ‘팀 룰’로 프리퍼드 라이를 하자고 합의하면 된다. 합의 없이 라운드를 시작했다면? 디봇에 들어간 볼을 빼놓고 치는 것은 일단 반칙이다. 물론 같은 조 플레이어들끼리 문제 삼지 않기로 하면 문제될 것 없다. 그런데 사전에 정하지 않고 라운드 하다간 뻘쭘 할 때도 있다. 누구 볼이 디봇에 빠진 다음에야 꺼내놓고 칠 수 있는지 여부를 정해야 할 때 말이다. 너그럽게 ‘빼놓고 치자’고 하려다 보면 '어, 아까 나는 그냥 쳤는데?'하고 형평을 따지는 플레이어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니 내기라도 할라치면 꼭 사전에 정할 일이다.

프리퍼드 라이는 쉽게 말하면 ‘들어올려서 좋은 곳에 옮길 수 있는 규칙’이다. 이 때 반드시 주의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집어 올리기 전에 꼭 마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티 따위로 마크하면 된다. 마크하지 않고 집어 올리면? 원칙대로 하면 반칙이다. 급한 마음에 그냥 집어 드는 경우도 자주 본다. 티로 마크(볼이 원래 있던 위치를 표시하는 것)하고 집어 올리는 골퍼가 주로 실력이 더 좋다.

두번째 주의할 점은 집어 올린 볼은 좋은 자리에 ‘내려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내려 놓는 것이다. ‘플레이스 한다’고 표현한다. 내려 놓는 대신 드롭 하면? 이것도 원칙만 따지면 반칙이다. 뭐 그렇게 예민하게 따지냐고? 친선이야 뭐 문제될 것 있겠는가? 정통파 골퍼를 만나면 작은 것까지 신경 쓰면 더 멋지게 봐준다.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면 얼마나 좋은 곳으로 옮길 수 있을까? 코스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 지에 따라 다르게 정하면 된다. 한 클럽 이내까지 가능한 경우도 있다. 6인치(스코어카드 크기) 이내까지로 정하는 경우도 있고. 주변이 온통 흙밭이라면? 그곳을 벗어나서 플레이스 하기로 정해도 된다.

이 밖에도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긴 하다. 물론 공식 대회가 아니면 크게 따지지는 않아도 되는 대목이다. 한 번 내려 놓으면 다시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다. 집어 올렸다가 좋은 자리에 내려 놨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자리와 마찬가지로 안 좋은 자리여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페어웨이에서만 프리퍼드 라이가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일반구역(페어웨이와 러프) 전체에서 프리퍼드 라이는 가능하다. 물론 몇몇 투어에서는 페어웨이나 잔디를 페어웨이 만큼 짧게 깎은 곳에서만 가능하게 정하는 경우도 있다.

페어웨이 한 복판으로 잘 보낸 티샷만큼 골퍼를 우쭐하게 만드는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기쁨도 잠시 디봇에 빠져 있는 볼을 보면 ‘왜 불행은 나에게만 찾아오는가?’라고 탄식하기 마련이다. 이런 일을 겪기 전에 ‘프리퍼드 라이’를 로컬 룰로 정하기 바란다.

김용준 골프전문위원(더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 KPGA 경기위원 &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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