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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김용준의 골프 규칙]③원볼 원칙이 규정에 없다고?

  • 2019.11.21(목) 08:00

'한 라운드 때 같은 제조사 같은 모델 볼만 쓰세요'
원볼 원칙은 프로나 엘리트 경기에만 적용하는 로컬 룰

가끔 납득 안 되는 골프 규칙이 있긴 하다. 그런 규칙도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원볼 원칙도 깊이 따져 보면 대회를 공정하게 치르려는 고민을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은 골프 규칙 세미나 때 벙커에 물이 고인 상황을 모델로 만든 것이다.

 

[시시콜콜]은 김용준 골프 전문위원이 풀어가는 골프 규칙 이야기다. 김 위원은 현재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골퍼이자 경기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경기위원 교육과정 '타스(TARS, Tournament Administrators and Refree's School)'의 최종단계인 '레벨3'를 최우수 성적으로 수료한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김 위원이 맛깔나게 풀어갈 [시시콜콜]은 매주 한 차례씩 독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볼과 관련한 규칙 얘기를 또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그 새 일이 났으니 말이다. ‘원볼 원칙’을 어겼다고 자진 신고한 멋진 선수가 나온 것이다. 원볼 원칙을 자수한 사례는 내가 알기론 처음이다. 다른 선수가 알려서 페널티를 받은 경우는 더러 있긴 하지만. 관록이 나보다 훨씬 오래된 경기위원이나 골프 팬이라면 다른 사례를 알 수도 있겠다. 있다면 알려주기 바란다. 내가 곧 답은 아니니까.

원볼 원칙 얘기로 돌아가자. 일단 ‘원볼 원칙이 골프 규칙에 있느냐?’부터 얘기해야겠다. 몇몇 언론에  ‘골프 규칙 20-3’에 원볼 원칙이 나와 있다고 썼다. 착오다. 아마 영어로 된 어떤 기사에 골프 규칙 20-3이 원볼 원칙을 다룬 것이라고 나왔을 것으로 추측한다.

규칙 20-3은 전혀 그런 얘기가 아니다. 뭔지는 굳이 따지지 말자.

그럼 원볼 원칙은 어디에 나와 있느냐고? 흐흐흐. 원볼 원칙은 골프규칙 1~24조 안에는 나와 있지 않다. 그러니 ‘플레이어용 골프 규칙’에서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을 수 밖에.

그렇다면 규칙에도 없는 것을 프로 대회나 아마추어 엘리트 시합 때 적용하는 것이냐고? 노노. 절대 그렇지는 않다. 엄연히 골프 규칙에 있다.

바로 ‘모델 로컬 룰’편에 나와 있다. 골프 규칙은 골프 규칙 1~24조와 로컬 룰 그리고 경기조건을 포함한다. 아참, 용어의 정의도 규칙에 들어간다. 로컬 룰도 엄연히 규칙이라는 얘기다.

모델 로컬 룰에는 엄격한 경기에서 원볼 원칙을 적용할 때 어떻게 정하면 되는지 명시했다. 그러니 친선 경기나 친선에 가까운 아마추어 대회에서 플레이어가 원볼 원칙을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시비 걸지 말고 그냥 쳐도 된다는 말이다. 따로 원볼 원칙을 대회 규칙으로 정하지 않는 한 그렇다.

원볼 원칙을 정하는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도 짚어보자. 자진 신고한 그 선수는 잘 하고 가다가 네 홀 동안 다른 모델 볼을 썼다고 총 여덟 벌타를 받았다. 선수 본인도 그렇고 골프 팬들 중에 일부도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원볼 원칙을 정한 이유를 들으면 벌타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조금이라도 납득하려나?

볼마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특성이 다르다. 어떤 볼은 거리가 조금 더 나간다. 다른 볼은 백스핀을 좀 더 잘 먹기도 하고. ‘선수가 샷마다 특성이 다른 볼로 바꿔가면서 경기해서 이득을 보는 일을 막기 위해 원볼 원칙을 정한다'고 골프 규칙에 나와 있다. 맞는 얘기다.

‘에이, 볼 조금 바꾼다고 그렇게 차이가 나겠어’ 라고? 그렇지 않다. 기량이 정상급인 선수라면 분명히 차이가 난다. 1~2% 더 멀리 보내고 한 발짝 더 빨리 그린에 볼을 세우기 위해 얼마나 칼을 가는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한 종류 볼로 경기를 치르게 하는 것이 골프 정신을 더 지키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바로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의 철학이 그렇다는 것 아닌가. 나도 동의하고.

이 밖에 다른 이유도 있다고 본다. 차마 골프 규칙 책에 담을 수 없는 이유. 바로 속임수를 방지하는 것 말이다.

골프는 심판이 없다. 물론 있기는 있다. 그런데 플레이 하는 조마다 따라다니지는 못한다. 다 따라다니려면 도대체 심판이 몇 명이어야 하겠는가? 많을 때는 40명 가까이 돼야 한다. 뭐? 오전 조 따라다니고 끝나면 다시 오후 조 따라다니면 되는 것 아니냐고? 심판들더러 과로사라도 하라는 말인가? 형편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골프는 구기종목 가운데 경기장이 가장 넓다. 이곳에서 플레이 하는 선수를 일일이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속임수를 쓰는 지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공식 대회에서 채택하는 것이 원볼 원칙이다. 자기 볼을 잃어버리고 러프에서 찾아낸 로스트 볼을 자기 볼이라고 우기는 일 따위를 막자는 취지인 것이다.

그렇다고 ‘플레이어가 양심 불량일 수 있으니 속임수를 막으려고 원볼 원칙을 채택할 수도 있다’고 규칙에 명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골프 규칙은 골퍼가 신사이거나 숙녀라는 믿음을 바탕에 깔고 있으니까. 과연 진짜 그렇긴 한 걸까?  

김용준 골프전문위원(더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 KPGA 경기위원 &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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