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안에는 고양이도 살고 개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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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 씨(메디치미디어 편집주간)가 이번에는 ‘회장님의 글쓰기’를 펴냈다.
저자는 여러 기업 총수들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며 그들의 입을 대신하는 일을 했다. 처음엔 회장의 비위를 맞추며 일하는 건 ‘미친 짓’으로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회장들은 평소엔 얌전한 고양이처럼 털 안에서 가만히 발톱만 세우다가도 기분이 나빠지면 사나운 개처럼 이빨을 세우고 사정없이 으르렁댄다.
회장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직장인이라면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상사를 부둥켜안고 같이 살아가야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글쓰기 방법은 따라서 모든 직장에서 통한다. 책 제목의 ‘회장’이 대한민국 모든 상사를 대표하는 이유다. 저자는 상사의 먹이사슬 정점에 있는 회장에게 말로 얻어터지면서 굳은 살처럼 몸에 배인 처세술을 책에 녹여 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상사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저자는 회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며, 그것을 말과 글로 어떻게 풀어낼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 결과 저자는 회장의 본성을 세 가지로 추린다. 첫째, 욕심이 많다. 둘째, 이익을 추구한다. 셋째, 외롭다. 이것이 회장다운 모습이다.
한 가지 더. 회장에게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다. 피도 눈물도 없다. 회사를 잘되게 하는 일이라면 주저함이나 미안함 따위는 없다. 또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이다. 어떤 때는 발작에 가깝다. 뭔가를 집어던질 수도 있다. 성취를 향한 강력한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상사의 머릿속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신경을 곤두세워 상사에게 주파수를 잘 맞춰야 한다. 저자는 상사의 표정, 손짓, 태도, 분위기를 유심히 보면서 의중을 파악하라고 조언한다. 상사의 생각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지 읽는 데 푹 빠져 살아야 한다.
그 다음은 상사에게 세련되게 설득하고 아부하는 것이다. 저자는 ▲수치를 넣어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상사가 말할 때 ‘주둥아리’ 내밀지 말라 ▲사소한 일을 핑계로 상사를 감동시켜라 ▲상사가 아는 내용을 질문해 기쁘게 하라 ▲잡담으로 상사의 관심을 사로잡아라 등 실전에서 먹힐 수 있는 '처세술'을 알려준다. 단 억지로 꾸며내서는 안 된다. 결국엔 속마음을 들키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쓰는 모든 말과 글에 대한 경험 어린 조언도 잊지 않는다. 보고서, 기획안,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 문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방법부터 타이밍에 맞춰 상사에게 보고하는 요령이 깨알같이 담겨 있다. 글감을 찾아 ‘썰’을 풀어내는 과정도 상세히 소개했다. 저자는 ‘글격’이 그 회사의 수준을 대변한다며 문장을 잘 쓰는 사람이 회사에서 중역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 내용중 일부는 비즈니스워치 칼럼으로 소개됐었다.
저자 강원국 씨(사진)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김우중 대우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의 스피치라이터 등으로 활동하며 기업체에서 17년간 몸담았다. 사보‧사내방송‧보도자료‧연설문‧광고카피‧매뉴얼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기업체의 글을 도맡았다. 지난 2002년부터 8년간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 행정관과 비서관으로 일했다. 현재 메디치미디어 출판사의 주간이다. 지은 책으로는 ‘대통령의 글쓰기’가 있다.
[지은이 강원국/ 펴낸곳 메디치미디어/ 360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