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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이 모르는 협상의 법칙

  • 2014.09.23(화) 08:47

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35)
협상의 성공 조건

카터와 레이건의 협상 자문을 했던 허브 코헨은 세상의 8할이 협상이라고 했다. 그렇다. 주고받는 모든 것은 협상 대상이다. 가정, 학교, 회사 등 모든 곳이 협상 테이블이다. 이익을 중심으로 모인 회사 조직은 특히 그렇다.

회장은 협상의 규칙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상사와 부하 간에, 부서와 부서 간에, 우리 회사와 다른 회사 간에 지금 이 시간에도 이뤄지고 있는 협상의 룰을 만들고, 협상 지침을 주는 게 회장이다. 그것이 회장 역할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다.

회장에게만 협상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 요구하는 말하고 읽고 셈하고 쓰는(話讀算書) 능력도 협상에서 배울 수 있다. 협상에는 상대를 파악하는 능력, 설득, 경청, 논박의 기술이 모두 동원된다.

협상 고수답게 회장은 어떻게 해야 협상을 잘할 수 있는지 수시로 얘기한다. 그렇다고 회장의 말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회장은 감정을 앞세우지 말라고 한다.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래서는 큰 것을 얻을 수 없다. 기교는 한계가 있다.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진다. 인간적 신뢰를 줘야 한다.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게 맞다.

말콤 글래드웰은 『블링크-첫 2초의 힘』에서 의료사고가 났을 때 법적 다툼을 벌일 확률을 밝혔다. 의사가 얼마나 큰 과실을 범했는지 보다는 진료시간이 얼마나 충분했는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제대로 설명을 들으면서 신뢰를 쌓은 환자는 똑같은 결과에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성보다는 인간적 신뢰가 협상의 관건이다.

회장은 쉬운 것부터 협상하라고 한다.

소위 선이후난(先易後難) 전략이 실용적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껄끄럽고 타결이 어려운 사안을 뒤로 미뤄두면 대부분 타협하고도 협상 마무리에 가서 어려움에 봉착한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한 꼴이 된다. 그러나 어려운 것을 먼저 해결하면 거기에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쉬운 것은 서로 양보하며 결론을 내게 돼 있다.

회장은 입장을 바꿔 생각하라고 한다.

흔히 말하듯이 역지사지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입장을 중심으로 협상하지 말라고 한다. 이해관계를 근거로 협상하라고 한다. 입장을 중심으로 거래하게 되면 입장이 자존심이 되어 난항을 겪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의 이해를 분명히 하고 상대방의 숨겨진 이해를 찾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장은 히든카드를 준비하라고 한다.

‘밀당’과 포커페이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스’를 받아내기 위해 ‘노’를 연발하라고 한다. 양파 껍질 벗기듯 은밀하게 하나씩 하나씩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 툭 까놓고 말하는 게 낫다. 이쪽에서 비밀을 가지면 저쪽도 비밀을 만든다. 감춤의 상승작용은 협상의 장애물이다. 내 카드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본격적인 협상이 가능하다.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취할 수 있는 대안, 즉 배트나(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도 공개하는 게 좋다.

회장은 비장함을 강조한다.

배수진을 치라고 한다. 이 말에는 협상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것이라는 전제, 협상은 승부를 겨루는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렇지 않다. 협상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서로 원하는 것을 거래를 통해 얻는 게 협상이다. 고려 서희 장군의 담판이 그 얘다. 거란은 국교 회복을, 고려는 강동 6주를 얻었다. 서희 장군이 이기고 소손녕이 진 담판이 아니다. 윈-윈 협상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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