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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추천하는 글쓰기 책 10권

  • 2014.09.30(화) 08:31

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40)
글쓰기 책 읽고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고등학교 2학년 국어 첫 수업시간. 대학을 막 졸업하고 우리 학교에 부임해 오신 선생님이 참고서 소개로 수업을 시작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가 아무 생각 없이 한마디 했다. “책 잘 파시네.” 수업시간 내내 맞고 교무실에 끌려가 종일 맞았다. 학부형도 소환됐다.

책 소개하는 게 부담스럽다. 글쓰기 강연에 가면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고등학교 2학년 국어 수업 첫 시간이 떠오른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쓰면서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족히 50~60권은 될 듯싶다.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저자가 다르다고 글쓰기의 본질과 원리가 다를 수 없다. 그 가운데 국내서 6권, 번역서 4권을 골라봤다. 여기 소개한 10권만 읽으면 글쓰기에 관한 모든 것을 섭렵할 수 있다고 감히 자부한다. 책 팔려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뺐다.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김영사, 2002)
스토리에 빠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글쓰기를 ‘연장통’에 비유하면서 글을 잘 쓰려면 연장을 골고루 갖추고 그것을 들 수 있는 팔심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토리에서 출발해 주제로 나아가라.’ ‘지옥 가는 길은 수동태와 부사로 뒤덮여 있다.’ ‘글은 쓰고 나서 10%쯤 줄여라.’ 이 책을 읽고 나면 글 쓰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돌베개, 2007)
글쓰기 고전답게 인상적인 대목이 많다. ‘글쓰기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정말로 힘들기 때문이다.’ ‘많은 글을 접하고 자기 글을 많이 써보는 게 정답이다.’ ‘첫 문장을 읽고 그 다음이 궁금하지 않으면 죽은 글이다.’ ‘초고가 완벽하지 않을 확률은 100퍼센트에 가깝다.’ ‘문장에 문제가 있을 때 그 부분을 빼버리기만 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글 고치기 전략』 (장하늘, 다산초당, 2006)
처음부터 잘 쓴 글은 없고, 잘 고친 글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책. 퇴고의 정석이라 할 만한다. △많은 생각이 담긴 문단 △여기저기 박혀 있는 접속어 △지루하게 반복되는 어휘 △애매한 지시어 △겹치는 조사 △군살 붙은 문장 △힘없이 긴 문장 △국적 없는 번역체 표현 △한자어 추상접미사 ~적, ~화, ~성은 고치기 대상이다.

『글쓰기 훈련소』 (임정섭, 경향미디어, 2009)
기본기 익히기에 적합한 실용적인 책. 멋진 글 대신 쉬운 글, 감상 대신 줄거리, 거창한 것 대신 일상, 장문 대신 단문을 쓰자고 제안한다. 중복 불가, 과잉 수식과 수사 금지, 불필요한 말의 축약 법칙도 소개돼 있다. 글쓰기 방법으로 P(포인트)-O(아웃라인)-I(배경 정보, 근거)-N(뉴스, 사례)-T(생각, 느낌, 의견)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글 바로쓰기』 (이오덕, 한길사, 2009)
유시민 전 장관이 글쓰기 강연할 때마다 언급하는 책. 중국어와 일본어에 오염되어 있는 말과 글을 보기를 들어 바로 잡아준다. ‘경험한 일을 솔직하고 쉽게 멋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쓴 글이 좋은 글’이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전 5권으로 되어 있다.

『글쓰기 만보』 (안정효, 모멘토, 2006)
분량에 비해 쉽게 읽힌다. 알차다. 영감보다는 철저한 준비와 꾸준한 훈련을 중시한다. ‘지나치게 장식을 하면 티코에 안테나를 6개 달고 다니는 모습과 다름없다.’ ‘집을 다 지으면 남이 들어가 살 듯, 작품도 다 쓰고 나면 다른 사람이 읽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발 ‘것’, ‘있다’, ‘수’, ‘~같다’를 최소화하라고 명령한다.

『글쓰기의 전략』 (정희모·이재성, 들녘, 2005)
글쓰기 교재에 가깝다. 발상에서부터 구성, 서두, 결말 쓰기 방법을 좋은 예문을 들어 설명한다. 기본전략으로 △초고는 가볍게 작성 △상세한 개요 △첫 문장 준비 △앞 문장 읽어가며 쓰기 △발상과 개요작성 때 가졌던 감각 유지 △좋은 글 참고를 제시.

『하버드 글쓰기 강의』 (바버라 베이그, 에쎄, 2011)
약간 원론적인 글쓰기 매뉴얼 같은 책이다. 할 말을 찾아내는 핵심 기술로 ‘프리라이팅(마음가는대로 쓰기)’이 눈길을 끈다. 편한 마음으로 아무런 부담 없이 10분간 써보라는 것. 글쓰기에는 네 가지가 필요하다. △담길 내용 찾기 △독자 헤아리기 △장르나 형식 정하기 △내 마음속 생각을 독자 마음에 넣기 위한 언어사용 능력이다.
 
『문장강화』 (이태준, 창비, 2005)
크게 도움은 안 되지만 한번쯤 읽어야 할 글쓰기 교본. ‘시는 지용, 문장은 태준’이란 말 대로 촌철살인의 문장이 돋보인다. ‘마음과 생각과 감정에 가까운 것은 말이니 글을 죽이고 말을 살려야 한다.’ ‘언어는 철두철미 생활용품이다.’ ‘문체란 사회적인 언어를 개인적이게 쓰는 것이다.’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너그러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서 없애는 신경질이 글쓰기에선 미덕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한문화, 2013)
글쓰기는 발견의 기록이라고 규정한다. 문법에 얽매이거나 편집하고 생각하고 마음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손을 움직이며 더 깊이 파고들라고 한다. 자기 안에 흐르고 있는 내면의 소리를 말하지 말고 생생하게 보여주라 한다. 이를 위해 첫 생각을 밀고 나가라, 시간을 정해 멈추지 말고 써라, 한계를 넘어 계속 밀어붙이라고 조언한다. 
 
글쓰기를 책으로 배울 수는 없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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