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말하기·글쓰기의 출발점은?

  • 2014.09.26(금) 08:31

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38)
‘매너 꽝’에서 ‘매너 짱’까지 매너 5단계

직장에서 말과 글은 ‘분위기’라는 바다 위에 떠있는 배와 같다. 같은 말과 글이라도 분위기가 좋으면 순풍에 돛 단 배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폭풍우를 만난 난파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조직 구성원들의 태도, 즉 매너가 결정한다. 다시 말해 분위기는 각자의 매너에 달려 있고, 이런 분위기를 좋게 만들지 않으면 거기서 떠다니는 말과 글을 아무리 다듬어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매너는 중요하다.

‘매너 짱’이라고 하는 사람과 ‘매너 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 차이를 가장 기본적인 단계에서부터 고차원적인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섯 단계로 구분해 보았다.

1단계 : 상식 단계

그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단계다. 초등학교 도덕책에서 배운 공중도덕과도 같은 것이다. 기초적인 예의범절, 혹은 기본 룰을 지키는 단계? 이것을 제대로 안 하면 욕먹거나 왕따 되기 십상이다. 이것은, 지켰다고 남을 기분 좋게 하거나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안 지키면 남에게 폐를 끼치고 불쾌하게 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 문제가 있으면 보통 ‘몰상식, 몰염치하다.’ 혹은 ‘매너가 출장 갔다.’는 소리를 듣는다.

2단계 : 에티켓 단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매너’와 가장 가까운 단계다. 앞의 와의 차이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화장실 문을 노크하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으로서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문을 두드릴 때 점잖게 세 번을 두드리느냐, 아니면 쾅쾅 소리를 내며 두드리는가 하는 것은 ‘에티켓’ 차원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릴 때는 여자가 먼저 내릴 때까지 기다리고, 회의시간에 늦게 오지 않는 등 작은 일 같지만 이런 매너는 상대에게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며, 관계를 원만하고 부드럽게 만든다. 이 단계를 잘 못하면 ‘버릇이 없다.’, ‘사람을 무시한다.’, ‘예의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3단계 : 배려 단계

본시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매너의 핵심이다. 내 생각을 고집하기 이전에, 나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 달리 말하면, 매너는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생각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앞의 '에티켓 단계'와의 차이를 설명해보면 이렇다. 인도에 가면 식사를 하기 전에 손 씻는 물이 나온다. 그런데 인도에 처음 온 손님이 그 물을 마셨다. 그러자 인도 주인이 그 물을 같이 마셨다. 물 마신 사람이 머쓱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에티켓에는 어긋났지만 배려는 굿인 경우다.

이런 경지의 매너를 갖추기 위해선 단지 겉만 치장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내면의 생각하는 방식까지 바꾸어 나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마음이 향하도록 해야 한다. 상대가 나와 다를 수 있고, 옳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매너의 기본정신은 ‘역지사지’라고 할 수 있다. 이 단계 매너는 거의 ‘인품’ 수준이며, 가히 이 정도가 되면 매너는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4단계 : 존중과 포용 단계

앞의 '배려 단계'가 약간 소극적인 것이라면, 이 단계는 좀 더 적극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관심과 배려의 수준을 넘어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존중의 단계에 가면, 사람들은 감동한다. 존중이 스며있지 않은 ‘에티켓’은 가식적으로, 존중이 밑바탕에 없는 ‘배려’는 형식적인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

약자에 대한 ‘노블레스 오블리제’, 즉 포용도 여기에 해당한다. 본래 매너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경쟁사회에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단계를 갖추게 되면 ‘의리 있는 사람’, ‘진짜 멋있는 사람’이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남들한테 존중 받고 싶은 만큼, 내가 먼저 남들을 존중하면 된다.

5단계 : 책임 단계

어느 조직이나 작은 것보다 큰 것, 부분보다 전체, 현재보다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한마디로 책임의식이 높은 사람이다. 대개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되고, 조직을 이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상황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때로는 오지랖이 넓다고 핀잔을 받기도 하지만 사실은 용기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그리고 존경의 대상이 된다. 기업이나 조직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반드시 이런 매너를 갖춰야 한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MBA 과정에서 유수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당신이 성공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놀랍게도 응답자의 93%가 능력, 기회, 운이 아닌 ‘매너’를 꼽았다고 한다. <끝.>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