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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에게 당하면서 배운 ‘모름지기 보고란’

  • 2014.09.22(월) 08:31

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34)
구두보고 요령

회장이 우스갯소리를 한다.

‘보고’ 느낀 것을 가감 없이 하는 게 보고다.
‘보고’도 못 본 체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안한 것이 아니라 허위보고를 한 것이다. 방관과 누락도 거짓보고다.
좋은 보고는 상사의 관점에서 ‘보고’ 말하는 것이다.
보고는 자기 세일즈와 문제 해결, 위기관리의 ‘보고(寶庫)’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주옥같은 얘기다. 모름지기 보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준다.

이밖에 회장에게 듣고, 당하면서 배운 보고의 기술이다.

- 축소와 확대의 유혹에 빠지지 말자. 더하거나 덜지 말고 있는 그대로 전한다. ‘귀로 들은 것과 눈으로 본 것을 빠짐없이 보고한다. 단 귀로 듣지 않았거나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일언반구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김훈의 『칼의 노래』에 나오는 이순신 장군의 지침이다.

- 보고는 타이밍이다. 그러나 늦은 보고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 상사가 기분 좋을 보고만 하지 말고 부정적인 보고도 자주 해야 한다. 대신, 문제점만 말고 해법도 함께 제시하자. 보고할 때 분위기는 안 좋아도 나중에는 고마워한다.

- 상사를 건너뛰고 싶은 생각을 버리자. 일일이 보고하는 것은 상사를 번거롭게 하고 일을 지체시키는 것이라고? 자기합리화다. 사실은 혼나는 게 두려워서, 상사와 한번이라도 덜 대면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다. 자기 선에서 해결할 일은 없다. 사고는 꼭 그런 데서 난다.

- 친절하게 설명한다고 섣불리 비유법을 남발하지 말자. ‘나를 뭘로 보냐.’며 짜증낸다.

- 상사는 간단한 보고를 최고로 친다. 간략하게 정리가 안 되면 미루는 게 좋다. 아직 이해가 덜 된 것이다.

-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확인하자. 상사라고 다 알아듣는 것은 아니다.

- 질문에 대비하자. 실컷 보고하고 본전도 못 건진다.

- 보고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크로스 체크한다고 마음 상하지 말자. 이중 삼중 확인은 상사의 의무다.

- 보고한 증거를 남기자. 나중에 딴소리한다. ‘당신이 언제 얘기했어!’

보고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연결’ 상태다.
보고하는 사람과 보고받는 사람과의 연결이 신뢰인가, 불신인가? 이것이 보고 내용 자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신뢰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보고 마감시한을 지키는 건 기본이다. 자주 물어보는 게 좋다. 지시받았을 때 ‘어떤 내용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도중에 궁금한 게 있으면 다시 찾아가 물어본다. 보고 내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방향이 맞는지’ 물어본다. 그런 연후에 보고하면 상사는 보고 전에 이미 수용한다. 보고 전에 상사가 ‘보고 준비는 어찌 돼가나?’ 먼저 물어보면 이미 늦다.

이런 보고는 상사와 불신을 키운다. △알맹이 빠진 보고 ‘이런 보고를 왜하지?’ △일한 티내는 보고 ‘고생했다 이거지?’ △애매모호한 보고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사실과 느낌이 혼동되는 보고 ‘당신 생각이야 뭐야!’ △요점 정리가 안 되는 보고 ‘결론이 뭔데!’

보고받는 사람은 연구 대상이다.
전체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는 상사인가, 조목조목 따지는 것을 좋아하는 상사인가. 듣는 것을 즐기는 청각형인가, 보는 것으로 내용을 잘 파악하는 시각형인가. 성향을 알고 거기에 맞춰 보고해야 할 대상이다.

결론부터 말하고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해서 말하는 게 무난하다. 세 가지 이점, 세 가지 중점사항… 이런 식으로. 강조할 것은 한 가지만, 비교나 대조를 할 때는 두 가지를 열거할 때는 세 가지를 하라 했다.

세 가지를 열거할 때는 보고받는 사람이 관심 갖는 것부터, 간단한 것부터 천천히, 확실하게, 구체적으로 말한다. 나아가 단순한 전달에 그치지 않고, 보고받는 사람이 무언가를 연상하고,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게 해주면 좋다. 보고만 잘해도 직장생활 문제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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