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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삼성 나온 와인주막 CEO

  • 2018.06.01(금) 09:28

<인생 2막, 준비 또 준비하라>창업⑤
이상구 와인주막차차 압구정점 대표
삼성 20년 다닌 공학박사, 와인 전도사 자리매김

취업이 구직자의 꿈이라면 창업은 직장인의 로망이다. 반듯한 직장을 다니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도전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고 어설피 뛰어들었다간 실패하기 십상이다. 비즈니스워치는 2018년 연중기획으로 30~50대에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창업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여는 노하우를 찾아본다. [편집자]
 
와인은 오묘한 매력이 있는 술이다. 후각을 자극하지 않는 은은한 향이 있고 건강도 해치지 않는다. 와인 한 잔을 앞에 놓고 친구나 연인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특별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와인은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술이기도 하다. 
 
국내에선 와인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진 못하고 있다. 맥주나 소주보다 덜 마시고 막걸리에도 뒤처진다. 흔히 와인이라고 하면 가격이 비싸고 스테이크나 파스타·치즈와 함께 마시는 술로 인식된다. 초보자가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선입견을 깨고 와인을 대중적으로 즐길 순 없을까.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 와인주막차차 압구정점에서 만난 이상구 차차스토리 대표는 '한식을 통한 와인의 대중화'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한식을 통해 와인을 친숙하게 접하고 외국에선 와인을 즐기는 외국인들이 한식을 자연스럽게 맛보게 되면서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직접 와인주막을 운영하면서 와인과 잘 어울리는 한식 메뉴를 개발하고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수입업체들을 직접 만나 유통 네트워크를 개선했고 덕분에 와인 판매가격도 상당부분 낮출 수 있었다. 최근 외식업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와인 애호가들의 입소문으로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와인 초보자도 사다리 타기 방식을 통해 와인을 고를 수 있는 '12WINES' 가이드는 저작권등록까지 마쳤다. 본인의 취향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다. 추천 목록에서 원산지나 가격 비교를 통해 손쉽게 와인을 선택하게 된다. 
 
▲ 와인주막차차 압구정점에 그려진 와인 사다리타기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와인을 고르는 과정에도 독특한 공학과 철학을 녹여냈다. 실제로 그는 삼성에서 20년간 로봇을 만들던 공학박사 출신이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와 미국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봇을 전공한 그는 1995년 삼성항공에 입사해 반도체 장비를 개발했고 신규사업  부문을 맡고 있던 2014년 8월 퇴사했다. 이후 중견 반도체 회사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2015년 말 와인주막차차 프랜차이즈에 합류했다. 
 
와인주막차차는 2013년 10월 홍익대 인근에서 시작한 외식 프랜차이즈로 강남과 여의도, 을지로 등 서울 주요 지역에 10개 지점을 냈다. 이 대표는 설립 당시부터 와인 유통부터 메뉴 개발, 기획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해왔고 2016년 4월부터 압구정점 대표를 맡고 있다. 

전공인 기계공학을 사업에 접목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가 법인으로 설립한 차차스토리는 외식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차차스토리를 통해 음식점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와인주막 사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 이상구 와인주막차차 압구정점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온 이유는 스스로 정체됐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 분야는 변화하는 트렌드를 직시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배우지 않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이 대표는 "로봇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입으로만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창조적인 사고와 배우려는 자세가 사라지면서 더 회사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직장생활에 대한 불확실성과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매력을 느낀 것이 바로 와인이다. 삼성에 다니던 2000년대 초부터 와인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공부를 시작했다. 최소한 와인을 가지고 사업을 하면 재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국내에선 와인이 가격이나 선입견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뛰어다녔고 지인과 함께 10년 동안 와인 사업을 준비한 끝에 와인주막차차를 설립하게 됐다. 
 
 
퇴직 후 창업을 고민하는 50대 직장인들에게 그가 조언하는 덕목은 도전과 준비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도전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며 "오랜 기간 준비해 경험과 지식을 쌓고 전문성을 갖춘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식업 창업에 대한 노하우도 소개했다. 이 대표는 "외식업은 유흥가보다 직장인이 많은 오피스 타운에서 시작해야 더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날씨나 외부환경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유흥가보다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동료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이야기가 있다. 세상을 성공과 실패, 승자와 패자로 나누지 않고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학자 벤자민 바버(Benjamin Barber)가 남긴 명언이다. 
 
사업을 하려면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서 접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처음에는 굉장한 반응을 보이던 아이템도 2년 정도 지나면 새롭지 않다"며 "진부하지 않은 새로운 아이템을 계속 추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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