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은 일단 추경 편성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를 통해 손발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주열 총재가 최근 금리 인상 등 긴축 가능성을 시사한 터라 두 기관의 공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 김동연(오른쪽)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 "재정·통화정책 조화롭게 운용" 한목소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한국은행을 직접 방문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경제부총리가 한국은행을 찾은 것은 2014년 현오석 전 부총리 이후 3년 만이다. 특히 두 수장은 별도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회동해 눈길을 끌었다.
첫 만남은 화기애애했다. 김 부총리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 한국은행이 중요하다"며 "한국은행과 소통하며 의견을 많이 듣겠다는 자세로 왔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재는 "취임하자마자 한국은행을 찾아준 데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양 기관은 이날 비공개 간담회 후 "정부와 한국은행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보다 긴밀하게 상호협력해 재정·통화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하겠다"며 "일자리 창출과 성장 잠재력 확충은 물론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두 수장이 앞으로 격의 없이 만나는 기회를 자주 갖기로 했다고도 했다.
두 수장이 밝힌 대로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 공조는 당분간 무리 없이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김 부총리는 통화정책보다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는 이 총재가 꾸준히 강조해오던 것이기도 하다. 또 한국은행은 정부의 일자리 추경에 발맞춰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정부를 뒷받침할 전망이다.
◇ 이주열 '금리 인상' 시사 …"당장 긴축은 아냐"
하지만 하루전(12일) 이주열 총재가 현재의 통화정책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터라, 향후 두 기관이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배제할수 없다.
이 총재는 "경제 상황이 더 뚜렷이 개선하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며 완화적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에 대해 이날 김 부총리와 회동이 끝난 뒤 "긴축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며 "경제 흐름이 좋아지면 그렇게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총재가 부임 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켠 것은 최근 우리나라 경기가 다소 나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은 아니지만 경기 회복 분위기가 지속하면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미리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현재의 완화 정책을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 없다는 고민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정부가 일자리 추경 등을 통해 경기를 끌어올린다면 향후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도 무리 없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바람대로 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두 기관의 정책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