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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금융]은행들은 왜 MZ세대에 열광할까①

  • 2021.07.28(수) 07:30

[MZ마케팅의 명암] ①왜 MZ인가
'젊은층 마케팅' 20대에서 2030으로
MZ세대, 금융시장 핵심 소비층 부각

은행권이 최근 1980~2000대 출생자를 뜻하는 이른바 MZ세대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부분의 마케팅 활동은 물론 각종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도 MZ세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행권이 MZ세대와 같은 젊은 세대에 공을 들이는 건 비단 최근의 현상은 아니다. 그전에도 대학생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젊은층을 대상으로 활발한 마케팅을 펼쳐왔다.

다만 최근 추세는 과거와는 조금 다르다는 게 은행권의 평가다.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은 물론 주요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MZ세대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래픽 유상연 기자=prtsy201@

30대 후반도 젊은이로 본다

과거 은행들이 젊은 세대를 공략할 때 핵심 타겟은 대학생이었다. 사회인으로 첫 걸음을 내딛는 시기이면서, 이때 개설한 계좌가 주거래계좌가 될 확률이 높아서였다. 체크카드 기능을 더한 학생증이 대표적인 마케팅 사례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민병덕 은행장 시절인 2011년 'KB락스타' 브랜드를 론칭하고 대대적으로 대학생 마케팅에 나섰다. 대학생 전용 점포인 KB락스타존을 개설하고, 대학생에 니즈에 맞춘 KB락스타 금융상품도 잇달아 출시했다. 그러면서 20대 고객을 상당수 확보하는 성과도 냈다.

다른 은행들도 매년 대학 등록금 납입 시기가 되면 다양한 혜택을 내세워 20대 고객 확보전에 나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젊은층 마케팅은 주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을 충성고객화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당시만 하더라도 처음 계좌를 만든 은행이 주거래은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사뭇 다르다. 특히 젊은층의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로 한정하지 않고, 40대 초반의 장년층까지 젊은 세대로 보기 시작했다. 이들 세대가 최근 디지털로 대표되는 금융환경 변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6년부터 2010년 사이 출생한 Z세대는 디지털 기술과 함께 성장기를 보냈고, 그이전 밀레니얼세대도 20대 시절부터 인터넷을 접하면서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왔다. 그러자 은행들도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적응력이 높은 연령층을 MZ세대로 함께 묶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MZ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금융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핵심 고객 접점인 모바일뱅킹도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은행장들은 올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MZ세대 위주의 마케팅 전략을 당부하기도 했다.

빚투와 영끌 이끈 MZ세대

1980년대부터 1995년생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가 20대였을 때도 은행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은행 입장에선 핵심 고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금도 대출도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밀레니얼세대가 점차 나이를 먹고, 그 자리를 Z세대가 채우는 과정에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금융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더 나아가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최근 이른바 빚투와 영끌 열풍은 2030세대가 이끌었다. 더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 더 과감하게 투자에 나섰다. 신한은행이 지난 4월 내놓은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주식투자를 한다고 대답한 20대가 39.2%에 달했다. 전년 23.9%와 비교하면 15.3%포인트나 높아졌다. 또 30대는 주식투자 비중이 38.8%에 달해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기본 자산이 많이 필요한 부동산 시장에서도 2030세대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인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의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2030세대의 매매 건수가 6만7578건에 달했다. 전체 거래 건수 24만3243건의 27.7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6만8246건인 40대와 비슷하고, 5만381건인 50대보다는 오히려 더 많았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젊은 세대는 과거와 달리 자산운용은 물론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활용도 적극적"이라며 "그러다 보니 은행들도 40~50대가 아닌 MZ세대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서비스 핵심 경쟁력은 MZ세대

최근 금융권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도 은행들이 MZ세대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첨단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혁신적인 서비스로 무장한 빅테크는 가장 큰 경쟁자다. 

실제로 토스는 출범한 지 10년도 안 돼 유니콘에서 데카콘 기업으로 급성장했고, 카카오뱅크는 출범 5년도 안 돼 흑자전환은 물론 대형 금융그룹과 맞먹는 시가총액으로 주식시장 입성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토스의 급성장은 MZ세대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편리함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앞세워 등장한 후 MZ세대들이 직접 사용하면서 입소문을 통해 성장했고 그 입소문은 부모세대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였다"라고 평가했다.

은행들은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산업, 빅테크 기업의 등장으로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창구는 더 많아졌고, 그런만큼 MZ세대의 영향력도 계속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 장벽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경쟁기업이 더 많아지면서 은행들만의 리그는 사라졌다"면서 "이 경쟁을 이끄는 주체가 MZ세대인 만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MZ세대를 공략할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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