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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대출 불안]①소방수에서 천덕꾸러기로

  • 2023.10.09(월) 06:10

인터넷전문은행 중심으로 은행권 집중 공략
급한 불 끄는 용도였는데…연체 불씨로 확산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취급액이 빠르게 늘어왔던 소액대출과 관련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차주들에게 취급된 영향이 경기가 둔화하면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때 금융권에서는 쉽게 받을 수 있는 대출이 위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소방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천덕꾸러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뱅이 선도한 소액대출 시장 

국내 금융권에서 500만원 내에 취급되는 소액대출이 적극 취급되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했을 무렵 부터라는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시장 대부분을 점유했던 대출시장에서 개인신용대출 만으로 먹거리를 찾아야 했던 인터넷전문은행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모든 대출 절차를 비대면으로 처리해야했던 인터넷전문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심사를 위한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편하고 건당 취급액이 크지 않아 위험부담도 적었기 때문에 안성맞춤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이렇게 '비상금 대출' 이라는 간판을 걸고 소액대출을 적극 취급하기 시작했고 시장의 인기를 끌었다. 이에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너나 할 거 없이 비상금 대출 시장을 본격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이들 은행이 취급한 비상금대출 잔액은 13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986억원, 2022년 2732억원, 올해 8월 기준 3637억원으로 증가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소액대출을 취급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소액대출 잔액도 2020년 8916억원, 2021년 1조5513억원, 2022년 2조99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8월 말에는 2조660억원으로 늘었다. 

소액대출, '소방수'인 줄 알았는데

소액대출 잔액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었던 데에는 비대면이라는 장점외에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거쳐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자금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한 자금이 필요한데 소액대출이 '비상구'가 됐다는 얘기다. 

은행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고금리라는 경제환경 속에서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은행들 역시 대출을 좀 더 깐깐하게 심사하기 시작했다"라며 "다만 비상금 대출의 경우 심사 과정이 다른 대출에 비해 깐깐하지 않았고 급한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이 주로 찾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 은행이 취급하고 있는 소액대출은 다른 대출에 비해 달리 소득, 근속연수 등 직장정보를 면밀하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급전이 필요한 시기에 '소방수' 역할을 해 준 것이다. 

이렇게 쉽게 내줬던 소액대출은 경기가 회복되는 속도는 둔화하는 데다가 금리가 줄곧 상승하면서 연체되는 금액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윤영덕 의원실과 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소액대출 연체율은 지난해말 약 0.2%에서 올해 8월말 약 0.5%로 두배 가량 높아졌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소액 대출은 건당 취급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잔액으로 따져봤을 때 금융리스크로 전이될 확률은 희박하다"라면서도 "다만 액수 대비 차주의 수가 많기 때문에 연체가 늘어난다는 것은 신용점수 하락 등 금융서비스 이용시 불이익을 받는 대출차주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인 만큼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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