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올초부터 치열한 기업대출 확보 경쟁에 나서며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펼치고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들은 저원가성예금을 확보하는 등 수신 부문에서 마진 악화를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올해 기준금리 하락이 예상되면서 전년대비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한·하나·우리은행 연초부터 기업대출 경쟁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하나·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분기대비 각각 6조8832억원(3.9%), 5조7080억원(3.5%), 4조1370억원(2.9%)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기업대출이 전분기대비 각각 140억원(0.7%)과 1조9281(1.09%) 늘어난 것과 비교해 치열한 자산 확보 경쟁을 펼친 모습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치열한 기업대출 확보 경쟁을 펼친 가운데 신한은행도 이같은 경쟁에 가세했다.▷관련기사: '하나·우리 싸움인줄 알았는데' 신한은행 기업대출 조용히 가속페달
은행들이 기업대출 자산 확보에 사활을 거는 건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이 기업대출 자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마진을 줄이는 등 출혈 경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신에서 마진 확보한 은행들
그럼에도 은행권의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전분기대비 개선된 점이 눈에 띈다.
지난 1분기 말 신한은행의 NIM은 2.00%로 전분기대비 0.03%포인트 상승했고, 하나은행은 1.55%로 0.03%포인트, 우리은행은 1.68%로 전분기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 NIM은 1.87%로 전분기보다 0.04%포인트 상승했고, 농협은행은 1.87%로 0.03%포인트 개선됐다.
순이자마진이 개선된 데는 비용이 낮은 수신자금이 대거 유입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청년희망적금 등 고금리 적금상품의 만기도래 및 연초 기관의 유동성 자금 유입 등 시기적 특성도 작용했다.
1분기 말 신한은행의 유동성 예금(요구불예금 및 저축·기업자유예금 포함) 잔액은 135조4253억원으로 전분기대비 6.7% 큰 폭으로 증가했고, 하나은행의 저원가성예금 잔액(핵심저금리성예금 및 MMDA 포함)은 119조697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4.2%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저원가성예금(핵심저비용성예금 및 기업 MMDA 포함)도 123조971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0.04% 소폭 늘어났다.
1분기엔 방어…2분기 이후 악화 예상도
시중은행들은 충분한 기업대출 자산을 확보한 뒤에는 수익성 제고에도 힘쓰겠단 설명이다. 김기흥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6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상반기에는 고객 확보를 위해 빠른 자산성장을 추진했다"라며 "하반기에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전체적으로 고려한 균형 있는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저원가성예금을 확보해 수신 부문에서도 마진을 확대하겠단 계획이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6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핵심예금 비중을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향후 본격적 금리 하락에 대비해 자산·부채를 최적화해 NIM 하방 압력에 적극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은행들의 NIM 전망은 밝지 않다. 은행들의 기업대출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NIM을 지탱했던 수신 또한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불확실해지면서 1분기와 같은 속도로 증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기홍 신한은행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대출경쟁 등을 감안할 때 NIM 전망은 2분기에 1분기 대비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데 전반적으로는 상반기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예상 등 전체적인 시장금리 인하 추세를 볼 때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