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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대출 동반 증가…경기 안좋은데 괜찮나

  • 2024.06.05(수) 11:07

5대 은행 대출잔액 가계 5조·기업 7조 증가
명목GDP 수준이지만 증가폭 관리 필요
기업대출 경쟁 심화…경기 악화 고려해야

시중은행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자산이 동시에 늘고 있다. 올 들어 은행권은 금융당국 지침 아래 가계대출 증가 폭은 명목GDP 수준으로 관리하는 한편 기업대출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4월부터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증가 폭을 키우고 있다. 기업대출의 경우 은행권 과당경쟁과 함께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연체율 상승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5조·기업대출 7조 증가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5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2308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선 4월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700조원 천장도 뚫었다.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올 들어 감소세로 출발했다. 주택시장 침체로 대출 수요가 줄었고 금리 부담에 돈을 갚는 차주가 늘어난 까닭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올 2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하며 대출 한도가 이전보다 줄어든 상태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 변동성을 감안해 DRS 산정 시 가산 금리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만기를 늘려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을 막고 금리 변동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주기형 포함) 주담대 비중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4월 들어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활발한 대환대출과 함께 주택 매매거래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 대출잔액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5대 시중은행 가계 기업대출 추이

은행들이 집중하고 있는 기업금융 시장도 다르지 않다. 가계부채에 대한 금융불안이 크고 금융당국 역시 관리를 주문하고 있어 가계대출이 아닌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까닭이다.

이 영향으로 기업대출 자산도 꾸준히 늘고 있다. 5월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7조2775억원 증가한 803조3231억원으로 집계돼 800조원을 돌파했다.

대출자산 증대 좋지만…관리 가능할까

은행들 입장에서 가계·기업대출 자산의 동반 성장은 긍정적인 요소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이자이익 비중이 큰 만큼 대출자산 증대는 실적 성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마냥 웃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가계대출은 금융당국 지침을 통해 명목 GDP(약 3.5%)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은 70조원 안팎(월 6조원 내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을 포함해 은행권 가계대출은 4월 기준 전달보다 4조1000억원 증가했다.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가계대출이 급증할 경우 하반기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차주들의 금융 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부실 차주가 늘어날 경우 은행들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이 어디서 중점적으로 늘고 있는지 등 추세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대출도 다르지 않다. 이미 은행권에선 기업대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 동안 취급하지 않았던 기업에도 대출 취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부실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나 이들 5개 시중은행들의 은행장 임기가 하나같이 올 연말 돌아온다. 자산 확대 및 실적 상승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란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왼쪽 위), 이석용 NH농협은행장(오른쪽 위), 이재근 KB국민은행장(왼쪽 아래), 정상혁 신한은행장(가운데 아래), 이승열 하나은행장(오른쪽 아래)

실제 올 1분기 시중은행들의 연체율이 상승했는데 중심에는 기업대출이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기업대출 속도 높였더니…높아지는 중기 연체율(5월8일)

금융기관들 역시 이 같은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기업부채는 2734조원으로 2018년 이후 1036조원 증가했다. 이 기간 명목GDP(3.4%)를 상회하는 연평균 8.3%의 증가세를 지속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둔화되고 있지만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이 확대됐던 것을 기업부채 증가 주 원인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부실우려가 높은 PF대출 등에 대한 질서 있는 구조조정으로 부동산 부문의 점진적 디레버리징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 과정에서 신용공급이 부동산 부문으로 집중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적절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정책금리 인하 등을 단행하면 국내서도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부동산도 회복될 가능성이 있어 늘어나는 대출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관건"이라며 "기업대출은 향후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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