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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인형 ELS' 팔았던 국민은행, H지수 상승에도 애타는 이유

  • 2024.05.29(수) 09:19

타행 대비 이익 실현 기준 5%포인트 높아
6월에도 8000포인트 넘어야 손실 피할 수 있어
은행권 '유일' 녹인형 판매…타은행 '노녹인'형

홍콩H지수가 최근 6900선까지 상승하면서 은행권의 ELS 관련 손실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이같은 기대에서 살짝 비켜나 있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녹인(knock-in)형 상품을 판매해 이익 실현 기준이 타행 대비 높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5000선까지 떨어졌던 H지수가 최근 6600선에서 등락하면서 일부 은행에서 손실 없이 이익을 실현한 투자자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타 은행보다 이익 실현 기준 5%포인트 더 높아 

그러나 홍콩 H지수 ELS 최다 판매사인 국민은행은 이같은 이익 실현을 기대하기가 비교적 어려운 상황이다. '노녹인형' 상품을 주로 판매한 타 시중은행과 달리 녹인형 ELS 상품을 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판매한 H지수 ELS 노녹인형 상품의 경우 보통 최초 자산 가격의 65%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국민은행이 판매한 홍콩H ELS 녹인형 상품은 자산 가격이 50% 이하로 한 번이라도 하락했다면 만기 시 자산 가격이 70%를 넘어야만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상반기 판매한 홍콩ELS 중 국민은행이 판매한 상품은 대부분 기초자산이 최초 가입 시점의 50% 이하로 하락하면서 녹인이 발생한 상태다. 

만약 판매 당시 홍콩H지수가 1만 포인트였다면, 노녹인형의 경우 만기 시 기초 자산의 가격이 6500포인트를 넘으면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반면, 가입 기간 동안 자산 가격이 50% 아래로 한 번이라도 떨어졌을 경우 만기 시 기초 자산 가격이 7000포인트를 넘어야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

 '7000' 기다리는 은행들, 8000 기다리는 국민은행

지난 2021년 6월 홍콩H지수는 1만500선에서 등락했다. 이에 ELS를 판매한 타 시중은행들은 오는 6월 홍콩H지수가 7000선을 넘을 경우 상당수 이익 실현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국민은행의 경우 홍콩H지수가 7000선을 넘어가더라도 이익 실현이 가능한 경우는 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홍콩H지수가 7500선을 넘어설 경우 손실액 자체는 크게 줄어들겠지만, 해당 시기 가입자 대부분이 이익 실현을 하기 위해서는 8000선을 넘어서야 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국민은행 및 국민은행 E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홍콩H지수 추이를 더욱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다. 연초 5000선 밑으로 떨어진 홍콩H지수는 이달 6900대까지 상승한 뒤 소폭 하락해 6600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반면 지난 2021년 7월 중순 이후 홍콩H지수가 1만선을 뚫고 9000대 이하로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즈음 국민은행 가입자들은 홍콩H지수가 7000선을 유지할 경우 하반기부터는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홍콩H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타행들은 모두 회복할 때 국민은행만 상환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KB금융 입장에서는 지수가 많이 올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만 '녹인형' 판매...왜?

은행권은 과거 국민은행이 ELS 상품을 통해 안정적으로 비이자수익을 내 왔기 때문에 녹인형 판매를 택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녹인형 상품은 비녹인형 상품보다 위험이 높기 때문에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는게 은행권 시각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 고객들은 ELS 금리에 따라서 여러 은행과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만약 A은행에서 ELS 만기가 되었을 때 B은행에서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고 하면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녹인형 상품에 투자한 데 대해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타 시중은행들은 홍콩 H지수를 기초로 설계한 ELS 상품에 변동성 등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조금이라도 이를 줄이기 위해 비녹인형을 판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녹인형과 노녹인형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특정 상품이 더 위험하고 아니고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녹인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3년 동안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상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녹인형(65%)과 비교해 더 유리한 조건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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